[어린이 책]소소하지만 행복해지는 일, 떠올려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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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것/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길미향 옮김/40쪽·1만2000원·현북스

황사도 미세먼지도 모르던 시절, 내리는 비를 맞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두 손을 꽉 쥐고 서서 비를 온몸으로 느끼던 순간을 기억해보세요. 맨발로 선 바닷가에서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았던 시간은 또 어떤가요? 물결이 발끝을 스치던 순간들은 짧았지만 오랜 여운이 되었지요.

풀밭에 앉아 읽던 책을 내려놓고 지는 꽃잎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 그 곁에 좋은 친구가 함께여서 말없이 한참을 있어도 좋았던 때 역시 잊지 않았길 바랍니다.

이 책은 공기는 탁하고 바닷가와 풀밭에 잠깐 머무를 여유도 없게 된 지금, 작가가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네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있어요.

머뭇거리지 않는 선과 차분한 단색조, 분명한 표정, 조금씩 틀어져 보일지 모르나 충분히 설득력 있는 형태와 과감한 구도로 보는 이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은 작가가 말하는 ‘아주 작은 것’이 혹시나 보일까 장면들을 샅샅이 뒤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도록 얼음을 지치고, 온몸이 쏠려 빠져들도록 모래밭을 파헤쳐 본 기억이 있다면 그 순간의 감정들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손끝에 내려앉은 눈송이에 혀끝을 갖다 대거나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 미친 듯 휘날리도록 줄넘기를 하던 때를 기억해도 좋아요. 행복, 희망, 추억, 환희, 사랑 혹은 그 무엇이어도 좋을 모든 것은 찰나와 같아서 의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아주 작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줄 ‘제일 큰 것’이에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아주 작은 것#베아트리체 알레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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