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두자매, 노래와 얘기로 되돌려준 70년대

  • 입력 2004년 5월 3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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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반부 양희은 희경 자매가 듀엣으로 ‘한 사람’을 부르기 위해 한 자리에 섰다. 사진제공 좋은콘서트
공연 후반부 양희은 희경 자매가 듀엣으로 ‘한 사람’을 부르기 위해 한 자리에 섰다. 사진제공 좋은콘서트
“대학시절 언니(양희은)의 별명은 ‘(버스) 회수권과 라면’이었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 서 있다가 아는 사람과 마주치면 ‘회수권 한 장 달라’거나 ‘라면 한 그릇 사달라’고 말하곤 했지요. 여기서 퀴즈 하나. 1970년대 초 당시 회수권과 라면은 얼마였을까요?”

양희은의 동생 희경이 이렇게 묻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답이 쏟아진다. 당시 회수권은 8원이었고 라면은 10원이었다. 양희경은 “이제는 라면값보다 버스요금이 더 비싸졌다”며 격세지감을 말한다.

16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양희은 33년 드라마 콘서트 언제나 봄날’에서 양희은 희경 자매는 사사로운 일상과 옛일을 드라마 타입으로 이야기하고 노래한다. 언니는 노래하고 동생은 TV 시사 프로그램처럼 ‘가수 언니’를 평가하거나 언니의 모습을 흉내 내기도 한다. 양희은은 또 통기타만 들고 노래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다양한 무대 연출로 팬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객석을 메운 800여명의 중년 관객들은 양희은 자매의 옛 추억에 맞장구치며 공감을 표시했다.

여성 관객 양인숙씨는 “양희은 자매가 집에서 길렀던 개 ‘백구’나 20대 양희경의 무대 의상이 청바지에 고무신이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 내 마음 한구석에 있던 70년대의 추억이 되살아났다”고 말했다.

양희은이 공연 도중 1970년대에 출퇴근하다시피 하며 노래한 서울 중구 명동의 ‘오비스 캐빈(OB's Cabin)’에 가 본 사람은 손들어 보라고 하자 150여명이 손을 들기도 했다.

양희은은 ‘숲’을 시작으로 ‘백구’ ‘작은 연못’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 ‘그대가 있음에’ ‘한계령’ ‘하얀 목련’ 등 20여곡을 불렀다. 콘서트 마지막 부분에서는 양희경이 ‘사랑하는 언니에게’를 관객들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양희은은 “어렸을 때부터 나는 노래하고 희경이는 옆에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놀았다”며 “언젠가 나이가 들면 이런 콘서트를 해보자고 했는데 이제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연은 4일, 11일 오후 3시. 평일 토요일 오후 8시, 일요일 공휴일 오후 5시. 6만∼7만원. 1544-0737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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