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韓-러-체코 3人 ‘베토벤 드림팀’…핀란드서 '3중협주곡'

  • 입력 2003년 9월 9일 1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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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3중 협주곡’ 드림팀이 떴다.

1일 오후 7시(현지시간) 핀란드 중부 호수지대의 교통요충지 미켈리. 핀란드의 전형적 풍경인 호숫가에 자리 잡은 복합공연장 ‘미카엘리’의 마르티 탈벨라 홀은 세 사람의 젊은 연주가와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 찼다. 바이올리니스트 구본주와 첼리스트 키릴 로딘(러시아), 피아니스트 얀 시몬(체코)이 벨로 펜이 지휘하는 미켈리-쿠오피오 시립교향악단 합동연주회에 협연자로 초대된 것. 베토벤 ‘3중 협주곡’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3중주단이 관현악단과 협연하는 독특한 형식의 협주곡으로, 각 독주자의 개인기와 함께 정교한 호흡이 중시되는 작품이다.

세 사람의 어울림은 지난해 헝가리의 인터포럼 축제에서 가진 첫 연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마지막 3악장에서 셋의 절묘한 앙상블은 정점에 달했다. 구본주의 매끄럽고 빛나는 연주에 키릴 로딘의 첼로는 맛깔 난 리듬감과 차진 울림으로 화답했고, 얀 시몬의 명료하고 고른 터치가 화려하게 수놓아졌다. 오케스트라가 긴 화음의 마침표를 찍자 숨죽이고 있던 관객들 사이에는 일순 정적마저 감돌았다. 곧바로 뜨거운 갈채가 이어졌다.

세 사람의 연주는 이튿날 호수지대의 관광도시 쿠오피오에서 다시 한 번 이어졌다.

이 ‘드림팀’의 탄생은 유럽과 한국을 뛰어다니며 세계무대에 한국 연주가들을 선보여온 쇤브룬 뮤직컨설팅(오스트리아 빈 소재)의 권순덕 대표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그는 유럽 무대에서 활동 중인 연주가들을 눈여겨본 끝에 세 연주자를 발탁해 ‘드림팀’을 구성한 것.

바이올리니스트 구본주는 서울대 졸업 후 미국 예일대에서 석사와 아티스트 디플롬을 받았다. 홍콩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프라하 교향악단 등과 협연했으며 4중주단 ‘콰르텟 노블레세’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첼리스트 키릴 로딘은 1986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를 제패했고 러시아와 서유럽을 무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젊은 대가. 피아니스트 얀 시몬은 프라하 방송교향악단의 상주 솔리스트로 1995년 칸 미뎀 클래식부문상을 수상한 체코 음악계의 실력자다.

연주를 마친 뒤 구본주는 “마음이 잘 통하는 연주자들이어서 날마다 앙상블이 익어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팀은 12월 독일 뮌헨에서 뮌헨 교향악단과 베토벤 3중 협주곡을 녹음한다. 구씨와 로딘이 협연하는 브람스 ‘2중 협주곡’도 녹음에 포함된다.

미켈리(핀란드)=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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