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12개국 40개 공연 4개 코스로 맛보세요”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제9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0월 13일 개막
셰익스피어 등 4개 주제로 40일간 무대 올라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로 발돋움해 온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10월 13일∼11월 21일 40일간 서울 대학로와 명동예술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열린다. 올해 9회째인 이번 축제는 12개국 40종의 산해진미로 잔칫상을 차렸다. 두 번째 임기(3년)를 맞은 김철리 예술감독은 “지난 3년간 ‘기본으로 돌아가자’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세계 공연계의 최신 흐름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주제를 ‘아날로그와 디지로그’로 잡았다”고 말했다. 4개 관점에 맞춰 눈에 띄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 디지로그

축제의 전체 주제에 걸맞게 아날로그적 인체와 디지털 첨단기술을 접목한 공연들이다. 캐나다 복합공연 ‘노만’은 캐나다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노먼 매클래런의 작품과 생전 모습을 홀로그램 막에 영상으로 투사한 뒤 무용수의 몸짓을 결합했다. 영국 무용단 자스민 바르디몽 컴퍼니의 창단 10주년 기념작인 ‘예스터데이’는 이 무용단의 대표작을 옴니버스로 엮으면서 무대 위 카메라로 포착한 무용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무대 뒤 대형 버티컬 스크린에 투사하는 영상미학으로 이를 재탄생시켰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실험극 연출가 안드레이 졸다크의 ‘모스크바, 사이코’는 영화 ‘사이코’와 무대 위 카메라맨이 직접 중계하는 다양한 퍼포먼스 장면을 스크린에 교차 투사하며 현대사회의 폭력과 광기를 포착한다. 호주 무용작품 ‘디 에이지’는 15세 청소년부터 80세 노인까지 전문무용수와 아마추어 연기자가 TV 모니터를 들고 자신의 몸을 투사하며 교묘한 시청각 효과를 창출한다.

○ 프랑스와 폴란드 연극의 최전선

2008 아비뇽 페스티벌에 초청된 프랑스 연극의 최신 경향과 폴란드 연극의 최전선을 함께 맛볼 수 있다.

‘리체르카레’는 바로크 시대 다양한 기악곡 양식을 일컫는 음악용어에 맞춰 동일한 이야기를 다양한 예술적 체험으로 변조한다. 2009년 유럽연극상 뉴 리얼리티상을 수상한 프랑스의 연극연출가 프랑수아 탕기가 연출했다. 프랑스의 떠오르는 연출가 필리프 켄의 ‘세르쥬의 효과’는 평범한 인물이 일요일 자신의 집에서 펼치는 허술한 1인 공연을 통해 의외의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폴란드의 전국연극제인 디바인 코미디 페스티벌 2008년 제1회 작품상 수상작 ‘옛날 옛적에, 폴란드사람, 폴란드사람, 폴란드사람 그리고 악마가 있었네’와 디바인 코미디 페스티벌 예술감독인 바르토시 시드워프스키의 ‘수퍼노바, 복원’은 유럽 연극계의 강자인 폴란드의 저력을 확인시켜 줄 작품으로 꼽힌다.

○ 베세토 연극제

매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울, 일본 도쿄(東京) 3곳에서 돌아가며 개최하는 베세토 연극제가 2006년에 이어 올해 SPAF와 함께 펼쳐진다. 서울시극단은 다윈 탄생 200주년과 ‘종의 기원’ 발간 150주년을 기념해 스페인 극작가 후안 마요르카의 ‘다윈의 거북이’를 국내 초연한다.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에서 데려와 2006년 175세로 숨진 암거북 해리엇을 의인화해 19세기 말 이후 세계사를 비판적 시각으로 돌아본다.

일본 작품으로는 일본을 무대로 프랑스 고전희곡을 번안해 근대 일본의 서양 콤플렉스를 풍자한 스즈키 다다시 연출의 ‘시라노 드 벨쥬락’이 관심을 끈다. 중국 상하이화극예술센터의 ‘선비와 망나니’는 선비와 검객이란 중국 전통의 인물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 셰익스피어 컬렉션

지난해가 체호프의 해라면 올해는 셰익스피어의 해라고 할 만큼 셰익스피어 작품이 풍성하다. 올해 이탈리아 비평가상을 받은 이탈리아 폰테데라 극단의 ‘햄릿-육신의 고요’는 묵직한 철제 구조물과 육중한 갑옷이란 오브제를 통해 햄릿을 새롭게 해석했다. ‘한여름 밤의 꿈’을 한국의 도깨비 이야기로 재창조해 명성을 얻은 극단 여행자의 ‘햄릿’은 서양 합리주의를 대표하는 고전을 한국적 굿판으로 녹여낸다. 극단 미추는 셰익스피어 연극 37편을 한 작품에 녹여넣은 일본 연극 ‘덴포 12년의 셰익스피어’를 한국적 상황에 맞게 ‘철종 13년의 셰익스피어’로 각색해 무대에 올린다.

올해 동아연극상 대상 수상작인 연희단거리패의 ‘원전유서’와 이승우의 단편소설 ‘도살장의 책’을 극화한 극단 물리의 ‘도살장의 시간’, 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원작을 국내 초연하는 극단 드림플레이의 ‘꿈의 연극’도 기대를 모은다.

티켓 예매 9월 3일부터. 지난해의 경우 공연 한 달 전 주요 작품들이 매진됐다.

02-3673-2561∼4, www.spaf.or.kr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동아일보 권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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