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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올림픽도 식후경… “강원도의 맛, 세계를 홀리자”

입력 2018-01-30 03:00업데이트 2018-01-3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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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로 본 평창올림픽]특선메뉴 30개 판매 평창-강릉-정선 맛집 가보니
겨울올림픽이 열릴 강원 평창, 강릉, 정선지역 지정 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는 ‘평창겨울올림픽 특선음식 30선’. 지역마다 특산물 등을 재료로 활용한 10가지의 특선음식을 만날 수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메밀파스타(평창), 두부삼합(강릉), 곤드레비빔밥, 콧등치기국수(이상 정선), 더덕롤까스(평창). 평창·강릉·정선=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평창은 황태구이, 강릉은 생선회가 최고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올림픽 기간에 그 음식들만 먹을 수는 없고…. 먼 훗날에도 한국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 없을까요?” 최근 본보와 함께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지인 평창과 강릉을 둘러본 캐나다인 레미 란즈밴(27)은 불쑥 이렇게 물었다.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민유라(23)와 한 조를 이뤄 출전하는 귀화 선수 겜린 알렉산더(25)도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외국 선수들이 제게 ‘한국에 가면 뭘 먹어야 좋을까’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은 음식점이 다양해서 소개하기 좋은데…. 강원도는 잘 모르겠네요.” ‘올림픽도 식후경’이다. 외국인은 물론이고 내국인도 ‘올림픽 관람 전후 무얼 먹을까’를 고민한다. 음식 고민에 빠진 관광객들에게는 강원도가 선보인 ‘평창 올림픽 강원 특선음식 30선’을 추천할 만하다. 강원도는 2016년 먹거리 세계화를 위해 평창과 강릉, 정선에서 각각 10개씩 총 30개의 특선음식을 선정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현재 3개 지역 128개 업소에서 특선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본보 취재팀은 해당 음식점을 찾아 음식의 맛과 특징을 알아봤다.
 

○100% 메밀 ‘간장소스 파스타’

평창, 황태칼국수-더덕롤까스도 눈길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더덕향’ 입구에는 특선음식 간판들이 서 있었다. 이 식당은 평창 특선음식 10개 중 6개(메밀파스타, 한우불고기, 황태칼국수, 더덕롤까스, 비빔밥샐러드, 굴리미)를 판매한다. 소설가 이효석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면에 위치한 음식점의 메뉴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메밀 파스타’였다. 봉평에서 생산되는 100% 순 메밀로 만든 면에 간장 소스와 마늘향으로 맛을 낸 파스타는 담백하면서도 메밀면 특유의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식당 주인 김순희 씨(60)는 “외국인들이 파스타를 먹을 때를 대비해 맵거나 짜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음식도 외국인의 기호에 맞춰 독특한 변신을 시도했다. 한우불고기는 평창 대관령 한우로 만들어진 떡갈비와 함께 특별 소스가 나온다. 김 씨는 “외국인 입맛도 고려해 마요네즈와 쌈장을 8 대 2의 비율로 섞은 소스를 곁들인다. 쌈장의 강한 맛과 마요네즈의 부드럽고 순한 맛을 융화시켰다”고 말했다. 음식의 플레이팅도 한우 옆에 소스를 날개 모양으로 배치해 월계관을 형상화했다.

황태칼국수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지락칼국수와 차이가 있다. 칼국수 위에 놓인 황태포튀김을 주목해야 한다. 감자면과 조개육수로 이뤄진 칼국수만 먹다 보면 다소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짭조름한 맛의 황태포튀김을 곁들이면 김치 없어도 칼국수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


김 씨는 “우리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더덕롤까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향이 강한 더덕은 어린아이들이 기피하는 식재료 중 하나다. 하지만 김 씨는 “더덕을 기름에 튀기면 향이 약해지고 단맛이 난다. 여기에 어린아이들이 잘 먹지 못하는 우엉, 도라지 등을 첨가한 뒤 돈가스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학부모들에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김 씨 등 특선음식을 판매하는 업주들은 지난해 봄부터 면사무소 등에서 음식 수업을 받았다. 그는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사람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이 한국 음식의 다양한 맛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 살려 매콤새콤 ‘두부삼합’

강릉, 두부밥상-크림감자옹심이도 호평


강릉시 초당순두부길에 위치한 ‘토박이할머니순두부’에 도착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전통미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현대식 식당과 달리 이 음식점은 초가집을 리모델링했다. 이곳에서는 강릉 특선음식 10선 중 두부삼합과 두부샐러드, 초당두부밥상을 맛볼 수 있다.

두부삼합은 황토색 전골 그릇에 돼지고기(삼겹살)와 묵은지, 두부, 부추, 깻잎 등이 함께 나온다. 돼지고기와 묵은지가 어우러져 매콤한 맛이 느껴지며 달콤한 정선옥수수막걸리와의 궁합이 좋다. 다만 외국인들이 먹기에는 다소 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식당주인 김규태 씨(47)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난해 강릉에서 피겨스케이팅 대회(4대륙 선수권)가 열렸을 때 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이 음식을 좋아했고 맵다는 반응은 없었다”면서 “한국에 왔으니 관광객들이 한국적인 것을 느끼는 것이 문화올림픽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당두부밥상은 쟁반에 밥과 두부찌개, 콩비지, 밑반찬(김치, 삭힌 고추, 감자채나물)이 나온다. 찌개에 고추기름이 들어가 있지만 두부와 함께 먹으면 크게 맵지 않다. 이 음식점은 한 개의 방에만 식탁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좌식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좌식 문화를 체험하면서 강릉이 자랑하는 두부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김 씨는 “온돌방이 뜨끈뜨끈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다리를 쭉 뻗고 앉아 편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웃었다.

강릉의 대표 향토음식 중 하나는 감자옹심이(감자를 강판에 갈아 반죽을 만든 뒤 밀가루 수제비처럼 해먹는 음식)다. 강릉 특선음식에는 ‘크림감자옹심이’가 포함돼 있다. 크림감자옹심이는 부드러운 옹심이에 크림소스를 얹고, 볶아서 기름을 뺀 베이컨과 토마토를 곁들였다. 크림감자옹심이를 판매하는 강릉 만선식당 대표는 “크림감자옹심이만 먹기 위해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올림픽 시작 전부터 히트를 친 메뉴가 됐다. 크림소스가 들어갔지만 우리 업소만의 비법으로 느끼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한 나물맛 ‘곤드레비빔밥’

정선, 굵은 메밀면 콧등치기국수도 인기


매년 관광객 70만 명 이상이 찾는 정선 5일장은 정선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토속 냄새가 물씬 나는 다양한 특산물과 넉넉한 인심을 만날 수 있는 명품시장이다. 2일과 7일 장날과 토요일에는 관광객을 위한 정선아리랑 공연 및 마당극 등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정선의 문화를 즐기는 동시에 지역 특산물인 곤드레를 사용한 ‘곤드레비빔밥’과 얼큰한 ‘콧등치기국수’를 맛볼 수 있다.

취재진은 5일장길에 위치한 정선 성원식당에서 두 음식의 맛을 체험해봤다. 곤드레비빔밥은 보통의 산나물에 비해 자극적인 향이 없고 부드러운 곤드레를 들기름에 볶고 갓 지은 밥에 여러 나물과 함께 올린 뒤 간장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간장양념의 맛과 곤드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풍미가 난다. 강원도 관계자는 “취향에 따라 좀 더 강한 맛을 원하면 고추장을 넣어 곤드레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식당 주인인 홍선옥 씨(56)는 “곤드레가 겉보기에는 볼품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은 향이 심하지 않고 깔끔한 맛에 매료돼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콧등치기국수는 멸치와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만들고 메밀면을 삶은 뒤 김치를 얹는다. 얼큰한 맛이 일품인 콧등치기국수는 구수하고 순한 맛의 곤드레막걸리와 궁합이 좋다. 홍 씨는 “콧등치기국수는 이름이 특이해 사람들이 호기심에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 콧등치기라는 이름은 쫄깃하고 굵은 메밀면을 후루룩 빨아들일 때 면의 끄트머리가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고 설명했다.

정선 지역 특선음식의 아쉬운 점은 10가지 선정 메뉴 중 4가지(감자붕생이밥, 느른국, 채만두, 옥수수푸딩)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아직 없다는 것이었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뿐만 아니라 올림픽 이후에도 업주들에게 많은 메뉴를 판매할 수 있도록 권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평창·강릉·정선=정윤철 trigger@donga.com·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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