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중국축구와 이장수 감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31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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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팬은 경기를 보는 눈이 아주 높다. 그 이유는 중국 중앙방송인 CCTV가 스포츠채널을 통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에 A 등 수준 높은 유럽 프로축구리그 경기를 거의 빠짐없이 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축구의 밤', '천하축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축구에 대해 세세한 정보까지 전달하고 있다. 2008년 톈진에서 한 중국 축구팬을 만난 적이 있는데 필자보다 한국 축구선수들의 동향을 더 잘 알고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중국은 프로축구리그도 잘 발달해 있다. 1부(갑 A) 리그에 16개 팀, 2부(갑 B) 리그에 14개 팀이 있으며 경기 당 평균 관중 수도 2만 명을 넘는다. 선수들의 연봉도 평균 50만 위안(약 8300만 원)을 넘는다. 지난해 통계로 베이징의 대학 졸업자 신입사원 평균 연봉 3만2000 위안(약 530만 원)보다 거의 16개에 달하는 거액. 유망주들이 앞을 다투어 프로 축구선수가 되려고 하는 이유다.

이런 좋은 기반을 가지고 있는 중국축구지만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2002 한일월드컵 때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코스타리카에 0-2, 브라질에 0-4, 터키에 0-3으로 연패를 당했다. 2006 독일월드컵과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은 지역예선에서 탈락해 본선 티켓조차 거머쥐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훌륭한 인프라와 실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축구가 부진한 것은 축구계에 만연한 비리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축구는 축구복권이 합법화되면서 일부 축구단의 구단주들이 심판을 매수해 승부를 조작하면서 난장판이 됐다는 것.

이 때문에 올해 들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축구 정화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1월에는 중국축구협회 부회장 겸 중국축구관리판공실 주임이자 당서기였던 난용과 중국축구협회 부주석 량이민, 전 심판위원회 주석 겸 축구협회 여자부 주임 장젠창 등이 축구 관련 비리로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이런 와중에 1998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이름을 날렸던 이장수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 2부 리그 광저우 사령탑으로 임명돼 중국에서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충칭과 칭다오팀 감독을 맡아 두 차례나 FA(축구협회)컵을 차지했고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베이징 팀을 맡았던 이 감독이 6개월 만에 중국으로 복귀한 것.

광저우 팀은 최근 중국 내 최대 규모의 건설, 부동산 재벌인 헝다그룹에 인수됐다. 헝다그룹 측은 광저우 팀을 1부 리그로 복귀시키는 것은 물론 명문 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 하에 이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혔다.

이 감독의 영입 작업에는 422억 위안(약 7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헝다그룹 쉬자인 회장이 직접 나섰다.

'아예 하지 않거나 이왕 하려면 최고로 한다'는 철학을 가진 쉬자인 회장은 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로 "팀을 바른 길로 이끌고 스스로도 정의로우며, 팀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엄격하고 진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 대학 감독은 심판 매수 사건으로, 대학 축구 선수들은 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중국축구 못지않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는 한국 축구계. 국내 축구에도 이장수 감독 같은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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