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 동계올림픽 아닌, 하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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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0일 1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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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 BC플레이스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2007년 중앙아메리카의 과테말라. 7월 14일 수도인 과테말라시티에서는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짓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렸다.

흑해 연안의 휴양 도시 소치를 후보 도시로 내세운 러시아는 한국의 평창,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 국가적인 유치 활동을 벌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의 진두지휘 아래 100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이 8대의 전세기에 나눠 타고 과테말라시티에 몰려들었다.

러시아 유치위원단은 IOC 총회장에 인접한 소공원에 인조 아이스링크를 만든 뒤 아이스발레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러시아 석유재벌 가즈프롬이 뒤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공세를 펼치고도 러시아 소치는 결선 투표까지 펼친 끝에 한국 평창을 겨우 4표 차로 제치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4년 앞으로 다가온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 '경제적 생태적으로 재앙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러시아 내부에서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것.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에 따르면 소치 출신의 보리스 넴쵸프 전 러시아 부총리는 한 외교정책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소치 시내에서 인근 산악 지대에 위치한 스키장까지 열악한 상태인 접근 도로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 1㎞당 1억3000만 달러(약 1470억원)에 달한다"며 "이것은 지구상에서 최고로 비싼 도로 중 하나가 되었고 부패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밝혔다는 것.

넴쵸프 전 부총리는 또한 "이따금 하늘의 신조차도 올림픽이 소치에서 개최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넴쵸프 전 부총리는 소치 동계올림픽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부패 △조직범죄 △날씨를 꼽고 있다.

그는 "겨울철에 눈이 전혀 없는 러시아의 유일한 지역 중 한곳인 소치에서 그것도 가장 따뜻한 지역의 가장 따뜻한 곳에 아이스링크를 짓기로 결정했다. 소치는 스케이팅이나 아이스하키 종목이 성행하는 곳이 아니다. 소치는 축구 배구 수영 등을 선호하는 곳"이라고 지적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도 대회 기간 중 계속되는 비와 따뜻한 날씨로 인해 '제 1회 춘계올림픽'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그런데 밴쿠버는 소치에 비하면 '양반'이다. 밴쿠버 올림픽 기간 중 소치의 기온은 영상 10도를 상회했고 햇살이 따사로운 날씨였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아니라 소치 하계올림픽으로 불러야 할 판이다.

물론 넴쵸프 전 부총리는 푸틴 총리에 대해 늘 비판적인 인물로 유명하다.

그러나 소치 태생으로 고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넴쵸프 전 부총리의 말이고 보니 그의 '재앙 경고'로 인해 소치 올림픽 홍보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여기에 인종 혐오주의자로 추정되는 러시아 스킨헤드들의 한국 대학생을 비롯한 아시아인에 대한 피습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는 판국이니, 과연 소치 올림픽이 제대로 열릴지 벌써부터 의구심이 든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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