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자의 퀵어시스트]‘높이의 KCC’ 문제는 스피드

  • 입력 2008년 7월 23일 02시 57분


지난 주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끝난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한 드래프트에서는 KCC가 화제를 뿌렸다.

2m가 넘는 미카 브랜드(207.1cm)와 브라이언 하퍼(203.4cm)를 뽑았기 때문이다. KCC는 이미 서장훈(207cm)과 하승진(222cm)이 골밑에 버티고 있어 이들의 가세로 높이만 따지면 역대 최강으로 불릴 만하다. 낙생고 시절 대형 가드로 주목받았던 정훈도 2m에 이른다.

최형길 KCC 단장은 “우리의 강점을 살리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며 ‘장신 군단’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팀들이 KCC를 견제하기 위해 장신 선수를 선호하는 분위기였다는 것.

농구가 꺽다리에게 유리한 게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KCC는 하승진의 가세로 스피드 약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들까지 장신이라 자칫 경기 흐름이 느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의 유소녀 지원 사업 선포식에서 만난 정봉섭(65) 전 중앙대 감독도 자신의 애제자인 허재 KCC 감독을 걱정했다.

정 씨는 “키 큰 선수 여러 명을 동시에 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기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하며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씨는 1980년대 중반 한기범(207cm)과 김유택(197.8cm)의 쌍돛대를 앞세워 중앙대를 대학 최강으로 이끌었다.

이런 눈부신 성적 뒤에는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는 명지고에 다니던 김유택을 일찌감치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한 뒤 대학 입학 전 2년 가까이 당시 국내에선 흔치 않던 더블 포스트 시스템에 대한 연구에 매진했다. 미국의 농구 지도서를 통해 나름대로 전술을 마련했고 기존 선수들로 가상훈련을 되풀이했다. 그 덕분에 김유택이 중앙대에 입학한 뒤 시행착오를 줄이며 1년 선배 한기범과의 탄탄한 호흡 속에 연전연승할 수 있었다.

탄탄한 하드웨어를 갖춘 허 감독이 우승의 야망을 이루려면 은사부터 먼저 찾아뵙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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