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농구팬 감동시키는 ‘부상 투혼’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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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상식이 끝나면 곧바로 숙소에 돌아가 짐을 싸야 했어요. 이번엔 뭔가를 기다린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요.”

여자프로농구 유망주 김정은(신세계)은 20일 열린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베스트5’에 뽑혀 자신의 포지션(포워드)에서 최고 선수에 올랐다는 기쁨도 컸지만 신세계가 6시즌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데 대한 감격의 눈물이었다.

포스트시즌은 축제로 불린다. 그만큼 동참하고 싶은 꿈은 크다. 잔치에 끼이지 못한 채 시즌을 일찍 접는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

남자 프로농구도 이번 주말이면 모든 일정을 마감한다. 그런데도 플레이오프 6강 티켓의 주인공은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4강 직행을 위한 2위 경쟁도 불꽃이 튄다.

7위 동부의 김주성은 누구보다 플레이오프를 향한 열망이 뜨겁다. 프로 입단 후 지난 4시즌 동안 한 해도 포스트시즌을 걸러본 적이 없다. ‘김주성이 있으면 4강은 보장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미국프로농구에서 19시즌을 뛰는 동안 해마다 플레이오프에 개근했던 ‘우편배달부’ 칼 말론처럼 그 역시 성실한 플레이로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도하 아시아경기 대표 차출에 이어 시즌 막판 부상으로 결장이 이어지면서 속이 새까맣게 탔다.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지만 김주성은 지난 주말부터 코트에 나서고 있다. 동부 전창진 감독은 선수 보호가 중요해 출전을 머뭇거렸지만 오히려 김주성이 “꼭 뛰게 해 달라”며 의욕을 보였다.

2위 LG의 현주엽은 이름값에 걸맞지 않게 6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단 한 차례 올랐다.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적도 없다. 최근 무릎 통증이 심해진 그는 수술 권유를 받았으나 그럴 경우 시즌을 마감하게 돼 물리치료만 받으며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곧장 4강에 오르고 싶어서다.

요즘 경기장 라커룸에는 유달리 스프레이 냄새가 진동을 한다.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선수들에게 팬들의 박수와 함성보다 더 효과적인 진통제는 없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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