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선수의 사생활과 팀워크 사이

  • 입력 2004년 1월 12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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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을 양보할 생각은 없다. 서로 생각이 달라 팀을 떠나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사생활을 억압하자는 게 아니라 팀 분위기 쇄신 차원이다.”

LG 투수 이상훈과 이순철 감독이 벌이고 있는 ‘기타 파동’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옳을까.

우선 이들의 상반된 주장은 비록 나이 차는 10살밖에 안 나지만 세대 차이라고 보면 쉽게 설명이 된다. 프로야구는 출범 당시에 비하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변화를 거듭했다. 요즘엔 환갑을 넘긴 삼성 김응룡 감독조차 선수들의 머리 염색과 귀고리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만큼 세상이 변했다는 증거. 이번 파동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상훈을 선구자로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코드론’이다.

그렇다면 사생활 허용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우선 시드니올림픽 때 야구 드림팀의 카지노 파문. 당시 이상훈은 없었지만 그에게 묻고 싶다. 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일 때 선수들이 밤늦게까지 카지노를 출입한 게 옳은 판단이었는지를.

두 번째, 이상훈은 팀이 연패를 하는 동안에도 라커룸에서 기타 연주를 계속했는데 하늘같은 대선배에게 직접 대들진 못했겠지만 후배 중 누군가 불만을 가졌으리라는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봤을까.

위의 두 사례는 이상훈의 논리대로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드림팀은 파문의 주역이었던 구대성이 숙적 일본과의 3,4위전에서 완투승을 이끌며 동메달을 따냈으니까. 또 이상훈은 누가 뭐래도 국내 최고의 투수니까.

그러나 기자는 이상훈을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이순철 감독의 심정은 알 듯하다. 해태 시절 그도 김응룡 감독과 불화를 일으키는 등 순탄치 않은 선수생활을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그는 ‘군기반장’으로 불렸을 정도로 팀을 추슬러야 할 나름대로의 위치에 있었다.

이 감독은 지금 이상훈의 행동이 미칠 팀 분위기를 걱정하는 것이지 ‘갈깃머리’로 대표되는 그의 사생활에까지 손대려고 하는 게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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