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타]포르투갈 '검은 표범' 에우제비우

  • 입력 2002년 4월 15일 17시 08분


잉글랜드월드컵 8강전서 에우제비우(위)가 드리블하다 북한 임중선의 강력한 태클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있다.
잉글랜드월드컵 8강전서 에우제비우(위)가 드리블하다 북한 임중선의 강력한 태클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고 있다.
‘검은 표범’ 에우제비우 다 실바 페레이라가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건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북한전이었다.

북한은 이탈리아를 1-0으로 누르고 준준결승에 오른 ‘돌풍의 팀’. 세계를 경악시킨 북한은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맞아 세골을 먼저 뽑아내며 4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기적은 바로 에우제비우의 발끝에서 이뤄졌다. 번개같은 드리블로 북한 골문을 헤집고 다닌 그는 연속 4골을 뽑아내며 단숨에 팀의 5-3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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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진출에는 실패했지만 포르투갈은 이 대회에서 사상 첫 월드컵 3위를 차지했고 에우제비우는 9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때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 바로 ‘검은 표범’이었다.

에우제비우는 원래 아프리카 모잠비크출신. 1942년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모잠비크에서 태어난 그는 10세때 모잠비크의 스포팅클럽 소년부에 입단하면서 본격적으로 축구수업을 받았다. 당시 벤피카, 스포팅, 포르투 등 포르투갈의 축구클럽들은 식민지인 모잠비크나 앙골라의 소년클럽에 지원을 하고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을 스카우트해 본국에서 유망주로 키우고 있었다.

일찍이 재능을 보인 에우제비우는 스포팅클럽에서 키운 선수였으나 벤피카는 그가 리스본에 도착하자마자 납치를 해 벤피카에 입단시켰다. 61년 19세의 어린 나이로 포르투갈 프로선수로 데뷔한 에우제비우는 그해 국가대표로 뽑혔고 파리토너먼트대회에선 펠레가 속한 브라질 산토스와의 경기에 0-3으로 뒤진 후반전부터 출전,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인상적인 활약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포르투갈 프로축구 벤피카팀에 입단한 크로아티아 출신 소코타를 격려하고 있는 에우제비우(오른쪽).

그는 62년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포르투갈이 탈락하는 바람에 본선무대를 밟는데 실패했으나 66년 월드컵에서 9골로 득점왕에 올라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첫 아프리카출신 선수가 됐다.

61년부터 13년간 벤피카에서 뛰며 국내리그 득점왕 7회와 유럽득점왕 2회, A매치 46경기 출전에 38골, 국내외 경기 총 624게임에서 405득점. 이처럼 화려한 선수생활을 한 에우제비우는 무릎부상 악화로 32세의 나이에 축구화를 벗었다. 은퇴 뒤엔 TV해설가로 팬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92년 벤피카클럽은 전용구장 정문에 에우제비우의 동상을 세워 그의 뛰어난 업적을 기리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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