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첼시 구단주, 챔스 우승을 살 순 없잖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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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프로축구팀을 인수하는 사람은 돈이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그런 부류다.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 구단주 마시모 모라티도 마찬가지다. 이 두 부자는 자기 팀이 유럽 최고가 되도록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

마시모가 쓰는 돈은 아버지 안젤로 모라티로부터 물려받았다. 안젤로는 1960년대 정유회사를 차려 큰돈을 벌었고 인터 밀란을 맡아 세계적인 팀으로 만들었다. 마시모는 소년일 때 인터 밀란이 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인 유러피언컵에서 우승한 것을 지켜봤다. 2010년엔 인터 밀란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아버지 업적을 재연했다. 이제 그 팀이 노쇠해졌고 패배에 익숙해졌다. 아마 마시모는 팀 세대교체를 하지 못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경질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04년 6월 이후 7번째 감독 경질이 된다.

첼시가 이런 인터 밀란에 필적한다. 러시아 구단주 아브라모비치는 5일 안드레 빌라스보아스를 자르며 2004년 6월 이후 사령탑을 7번째 바꿨다.

참을성이 전혀 없는 구단주가 거액을 투자해 명장들을 고용하고 자르면서 정작 팀을 만들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게 공통점이다. 오직 우승 트로피만을 생각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인터 밀란은 첼시 구단주가 그토록 원하는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가졌다는 것이다.

인터 밀란은 조제 모리뉴가 감독일 때 챔피언스리그를 정복했다. 2007년 아브라모비치가 첼시에서 잘랐던 그 모리뉴다. 모리뉴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명문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 잘나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제자였던 빌라스보아스가 첼시의 희생양이 된 게 아이러니다.

희생양? 사실 너무 동정해선 안 될 부분도 있다. 빌라스보아스는 준비가 덜 됐다. 고작 34세이던 지난해 여름 첼시를 맡았다. 사실상 유명선수들과 같은 나이였다. 친구 같은 감독의 명령을 잘 받겠나.

빌라스보아스는 구단주로부터 3년 안에 첼시의 문화를 바꾸라는 전권을 위임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저항했다. 프랭크 램파드와 애슐리 콜, 존 테리 등 ‘영국 3인방’이 전술과 포르투갈식 훈련법에 의문을 제기했다. 디디에 드로그바와 니콜라 아넬카, 플로랑 말루다 등도 베테랑의 반란에 동참했다. 대부분이 모리뉴 시절부터 뛰었던 선수다.

모리뉴 밑에서 상대의 전력을 분석했던 빌라스보아스는 ‘모리뉴 색깔’을 해체시키라는 명을 받았다. 구단주는 팀을 새롭게 바꾸면서도 성적을 낼 것을 원했다. 감독은 선수들이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면 과거보다 더 많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잉글랜드 라커룸에서는 오래전부터 선수들이 싸움을 끝낼 때 “도대체 네가 이룬 게 뭐냐”고 말한다. 첼시 선수들은 우승을 많이 해봤다. 빌라스보아스는 프로 선수를 안해봤다. 감독으로도 FC 포르투에서 첫해 트레블(정규리그, FA컵, 유로파리그 우승)을 했을 뿐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조국 러시아의 지하자원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어 억만 장자가 됐으면서도 런던에서 산다. 거주민으로서 아사 직전의 첼시를 인수했고 다시 부활시켜 강팀으로 만들었다. 이제 부자로서가 아니라 첼시 구단주로서 더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행복하지 않다. 그의 ‘블루스’(첼시의 애칭)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영영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돈이 있다고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축구는 아직 상식이 통하는 세계다.

랍 휴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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