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탐욕에 눈이 먼 리그 리버풀의 운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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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은 톰 힉스와 조지 질레트가 진정한 구단주였던 적이 없다. 겉으로만 그랬을 뿐이다. 이 구단주들은 결국 장사꾼이었음이 드러났다. 나는 프리미어리그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 탐욕에 눈먼 프리미어리그는 100년 전에 태어난 잉글랜드 축구 클럽들을 힉스나 질레트 같은 사람들이 사들일 수 있게 했다.

솔직히 나도 힉스와 질레트에게 속았다. 그들이 잉글랜드에 직접 와서 리버풀 팬과 하나가 되겠다고 약속했을 때 나는 그들이 영국 축구 문화도 십분 이해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좀 더 알아봤어야 했다. 그들은 단지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된 투기 자본가일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이들 구단주가 구단 매각을 막기 위해 법정으로 가려는 것에 일말의 동정심도 느낄 수 없다.

물론 소송은 성립된다. 힉스와 질레트가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데 이들이 임명한 이사회가 그들의 동의 없이 구단을 팔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또 다른 미국 기업인들과 협상 중인 매각 가격 3억 파운드(약 5350억 원)는 두 구단주가 원하는 가격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가격으로 팔린다면 그들이 구단을 인수할 때 기대한 수익 대신 1억 파운드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구단주들보다 납세자인 내가 리버풀의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 구단의 전체 부채인 2억8000만 파운드 중 대부분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에 진 것인데 현재 이 은행의 지분 84%는 영국 납세자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바이어들이 망가진 구단을 싼값에 인수하려고 한다. 이들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소유자들로 수십 년간 침체에 빠져 있던 보스턴을 건져 올린 전력이 있다. 말하자면 이들은 스포츠 구단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안다. 보스턴 구단주 존 헨리는 스포츠 구단의 핵심 가치는 팬들과의 유대 강화이며 우승이 최고의 방법이라는 점을 잘 아는 사람들로 이사회를 꾸렸다.

리버풀은 그걸 잊어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리버풀 선수들이 구단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오로지 돈만 밝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스티븐 제라드, 제이미 캐러거는 리버풀에서 태어나 자랐다. 이들에게는 리버풀의 피가 흐른다. 페르난도 토레스와 페페 레이나는 스페인 선수지만 이들이 구단과 계약할 때 고려한 것은 돈뿐만 아니라 리버풀의 명성과 전통이었다.

러시아 재벌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에 신경을 쓸까.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는 첼시에 7억 파운드를 쏟아 부었다. 물론 그도 손실을 줄이려고 하지만 이미 빠져나갈 수 없게 됐다. 첼시 구단은 앞으로도 결코 구단주의 손실을 메워줄 순 없겠지만 선수들은 구단주가 그토록 원하는 챔피언스리그 챔피언 타이틀을 따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서둘러야 할 것이다. 디디에 드로그바, 존 테리, 프랭크 램퍼드 등은 점점 나이를 먹고 있으니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이미 은행 빚이 수입을 넘어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필요한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은행 이자로 지불하고 있다. 맨체스터시티는 이제 막 그 길에 들어섰다. 리버풀의 현 사태는 빌린 돈과 빌린 시간으로 운영하는 구단이 겪게 되는 공통적인 증상이다.

잉글랜드 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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