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 칼럼]쿠엘류-히딩크 비교하지 말라

  • 입력 2003년 5월 2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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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의 뜨거운 열광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 31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월드컵 기념 평화콘서트가 울려 퍼진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나는 “오∼필승 코리아”가 전국에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 순간 태극전사들은 지난달 한일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도쿄에 있을 것이다.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은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 모두 모여 능력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아쉽게도 거스 히딩크 전 한국대표팀 감독(현 PSV 아인트호벤 감독)의 ‘애제자’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 리그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는 팀 사정상 한일전에 뛸 수 없게 됐다.

한국 국민들의 꿈을 실현시켰던 히딩크 감독이 쿠엘류 감독이 그토록 원하는 두 선수를 잡고 있다니 얼마나 역설적인가. 박지성과 이영표는 네덜란드와 한국에서 모두 원하고 있다. 프로팀과 국가대표팀간에 나타날 수 있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자, 이제 여러분은 국제화된 선수가 얼마나 복잡한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럽진출은 선수에게 돈과 경험을 위해 바람직하다. 한국 선수들의 유럽 진출은 도약의 기회이다. 그러나 역으로 국가로선 그 선수를 대표팀에 합류시킬 가능성은 훨씬 적어진다. 히딩크 감독이 2002월드컵을 위해 훈련캠프를 차렸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쿠엘류 감독과 히딩크 감독을 비교하면 안된다. 2002월드컵의 주역인 홍명보와 황선홍이 떠났다. 조병국이 홍명보의 공백을 하루 아침에 메우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또 젊은 선수들에게 황선홍에 버금가는 능력을 보여 달라고 부담을 줘서도 안된다. 경험이란 한 순간에 얻어지는 게 아니다. 쿠엘류 감독이 무엇을 원하든 홍명보와 황선홍의 공백을 채우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월드컵 영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생기를 잃어간다. 브라질의 히바우두는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최우수선수였던 독일의 명 골키퍼 올리버 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지쳤다. 그들은 지난 2년간 한번도 쉬지 못했다. 월드컵이 끝난 뒤 1년. 녹색 그라운드를 휘저었던 스타선수들은 피로에 지쳐 퇴보하고 있다.

그러므로 쿠엘류 감독은 선수들에게 골 찬스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라고 다그칠 때 오히려 선수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지친 선수는 움직임이 느릴 수밖에 없다.

쿠엘류 감독이나 일본의 지코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 했듯이 젊은 피를 수혈해 최고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월드컵의 과실을 따먹은 사람은 더 이상 예전 같은 굶주림을 모른다는 것이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쿠엘류 감독이나 지코 감독이 보여주는 열정에 부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세계는 변화한다. 월드컵 때 한국이 보여준 모습은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나는 오늘 이탈리아의 AC 밀란과 유벤투스가 대결하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보러 잉글랜드 맨체스터로 간다. 이탈리아 선수들을 기억하는가? 태극전사들이 코를 납작하게 했던 그들은 지금 세계 클럽 최고봉에 올라있다. 한국에서 피눈물을 흘린 뒤 집으로 돌아가 재기한 것이다.

한국의 해외파 선수들은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췄다. 그러나 정작 한국축구 미래의 열쇠는 다른 데 있다. 히딩크 감독처럼 쿠엘류 감독도 해외파 선수들을 자유롭게 불러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또 지난해 그 뜨거운 열정과 믿음으로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응원했던 붉은 악마의 사랑도 뒤따라야 한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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