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ML통신]진짜 영웅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42분


영화보다 더 참혹한 광경을 TV를 통해 지켜본 세계인들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가운데 미국인에겐 생활의 일부라는 메이저리그가 재개된다.

메이저리그 재개는 평상을 되찾았다는 징표. 그러나 보안검색 강화와 숙연한 분위기에 따른 관중수의 변화도 관심거리 중 하나다.

최다안타 기록 보유자인 야구영웅 피터 로즈를 도박사건 연루로 과감하게 영구 제명시켰던 지아메티 전 커미셔너의 “야구는 감동을 주는 스포츠”란 명언처럼 야구는 봄부터 가을까지 팬들과 가장 오랜 기간 호흡을 함께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메이저리그 최다승(20승) 투수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커트 실링이 공개편지를 띄워 화제가 되고 있다.

실링은 “사지(死地)에서 자신의 목숨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생존자를 구출하다 산화한 우리의 영웅들을 위해 글을 썼다”며 “팬들은 나와 같은 운동선수를 쉽게 접근하기 어렵고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으로 믿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이번에 우리 주위의 영웅들을 목격했고 그들이 있기에 우리사회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희생한 소방관과 경찰관에게 존경과 애도를 표시했다.

실링의 글은 진정한 영웅을 간과하는 사회와, 또 자기도취에 빠져있는 일부 슈퍼스타에겐 따끔한 충고이기도 하다. 그건 비록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스타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국내의 대중스타들은 인기, 돈, 명예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데 너무 인색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감동을 주는 스포츠와 스타가 많으면 많을수록 팬들은 더욱 열광하고 진정으로 그 종목과 스타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야구해설가)

koufax@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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