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무너지는 실업야구

  • 입력 2002년 2월 15일 18시 50분


문제 1. 다음 단체들의 공통점은?

금융조합연합, 조선운수(한국운수), 조흥은행, 경성전기, 교통부, 남선전기, 농업은행(농협), 인천시청, 제일은행, 한일은행, 기업은행, 크라운맥주, 한국화장품, 롯데,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철도청, 한국전력, 세일통상, 포철(포스틸), 현대화재해상, 제일유리, 상무 등

야구팬이라면 대충 짐작한 대로 실업 야구단을 가지고 있었거나 가지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의 실업야구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6.25 직후인 1953년으로 이어진다. 휴전이 이루어진 1953년 무렵 한국 성인야구계는 군 팀 위주로 체계가 잡혀(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이 군복무 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육 해 공군 팀이 모두 이 무렵 창단 해 현재의 상무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1959년 농업은행, 한국운수, 교통부, 남전, 육군으로 구성된 실업연맹이 창설되었고 62년 기업은행과 미곡창고, 인천시청 팀이 생기며 기틀을 다지기 시작한 실업야구는 82년 프로야구가 생기기 직전까지 한국 최고수준의 야구로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문제 2. 이중 지금도 실업 야구 팀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몇 군데나 될까 ? 정답은 5군데. 한국전력, 포스틸(포항제철의 자회사), 현대해상화재, 제일유리, 상무다. 국군체육부대인 상무를 제외하면 남는 팀은 4개가 된다. 그나마 그것도 모두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선수가 달랑 13명뿐이던 현대해상은 최근 선수충원이 어려움에 봉착하자 아예 팀 해체를 선언하고 나섰다. 현대해상은 원래 사회인 야구 팀으로 출발해 99년 제일유리공업(주)와 함께 실업야구로 편입되었던 팀이다. 물론 여기에는 당시 야구 협회장이던 정몽윤 회장의 영향이 컸다. 정 회장은 아주 잠깐이지만 직접 실업리그에 선수로도 뛰는 모습을 남기며 현대해상을 통해 빈사상태에 시달리던 실업야구의 명맥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해 주었다.

인천에 위치한 제일유리는 장정기, 여태구, 조영상씨 등 인천출신 프로 은퇴 선수들이 주축으로 활약하던 팀인데 현대해상과 함께 실업팀으로 변모한 후 회사의 자금사정 악화로 고전하며 작년 춘계리그도 불참하고 있던 중이었다. 제일유리는 원래의 사회인 야구로 돌아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상무 역시 실업리그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한다. 상무는 작년도 실업야구 전관왕 이었다. 상무에 프로 선수들의 입대가 허용된 후부터 해마다 전력보강이 거의 없는 다른 실업팀들을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프로 2군 리그에 참가하는 상무 선수들에게 실업리그 참가는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한전과 포스틸 만이 남게 되는데 2-3년 전부터 해체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온 두 팀인지라 사실상 실업야구는 전멸이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이 글에서 팀을 해체하겠다는 회사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프로 야구단들은 스스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도 엄청난 직-간접적 홍보효과와 수많은 충성고객 확보 등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이득을 갖고 있지만 하루에 관중 이래야 50명도 안 들어오는 실업야구에는 그런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만 깨지고 돌아오는 거 하나도 없는 장사니 솔직히 나라도 말리고 싶다.

우리 나라 프로야구의 출범은 고교야구열기가 바탕이 된 것이지만 실업야구의 존재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야구로 각광을 받았던 실업야구가 세월에 흐름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고, 조금 성급한 예측이지만 이제 역사 속에서 그 운명을 다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업야구에 주어진 마지막 소임이라면 사회인야구와의 발전적인 통합이 아닐까 싶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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