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상처 투성이 대전의 반격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2시 54분


먼저 열악한 환경 속에서 'FA 컵 우승' 이란 작은 신화를 일구어 낸 대전 시티즌 팀의 프런트, 코칭 스태프,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보낸다. 결승전을 보면서 몇 가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광경이 있었다. 먼저 콜리의 육탄방어!! 그의 플레이를 보면서 마치 '인간 핀볼(Pin Ball)'을 연상 시켰다. 상하좌우를 막론하고 발, 머리 할 것 없이 온몸으로 공을 막아내는 콜리의 플레이는 아마도 후반 총공세를 펼치던 포항의 기를 꺾는 데 큰 보탬이 되었으리라 보여진다.

우승컵을 안은 이태호 감독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년 여름, 후추 명전을 취재하기 위해 찾았던 그의 숙소는 프로 축구팀 사령탑의 숙소라기 보다는 마치 외롭게 고시 공부를 하는 학생의 자취방처럼 작고 볼품 없었다. '선수들 숙소 문제만 좀 해결되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던 그의 마지막 바람이 아직도 귓가에서 어른거린다. 간혹 '초반 대전 돌풍' 이란 활기찬 시작에도 불구하고 엷은 선수층과 구단의 재정 문제로 인해 번번히 경쟁력을 잃어야만 했던 '이태호 축구'가 단기전인 FA 컵에서 나마 활짝 웃을 수 있었다는 점이 고무적인 일이다. 이관우, 성한수, 김은중 트리오가 마지막으로 큰 시합에서 같이 뛰며 활약했던 적이 언제일 지 모를 정도로 크고 작은 '상처'가 많았던 대전 구단에게 이번 우승은 참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대전을 외면할 이유'가 너무도 많았지만 꿋꿋이 외길을 걸어갔던 대전의 써포터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또 보낸다.

김은중... 필자의 '눈'에는 그가 언제까지나 '축구선수 김은중'으로 기억될 것이다. 한쪽 '눈'이 온전치 않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론 여기저기서 그의 '발'보단 '눈'에 더 관심이 많다. 물론 언론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 보다 더 감동어린 '스포츠 영웅의 스토리'에 적합할 수 없는 그런 '껀수' 일지는 모르겠지만... 김은중 본인 역시 그의 '핸디캡'을 미끼 삼아 그 어떤 '특혜'를 바라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저 남들과 똑같은 '축구선수 김은중'으로의 평가가 주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개적으로 그의 핸디캡이 논해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에게 또 다른 마음의 상처로 작용되는 비극이 올까 걱정된다. 언젠가 황선홍이 얘기했던 김은중의 '감각'... 이제야 말로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부분이 되어 버렸다.

K-League의 발전을 위해서도 대전의 우승은 값졌다. 결과가 뻔해지는 순간 스포츠는 재미가 없어진다. 꼴지팀도 우승할 수 있다면 국내 리그에도 희망이 있다. 주전 골키퍼 최은성의 또 다른 '상처'를 낳은 우승이었지만, 상처 투성이 대전 구단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의 90분이었을 것이다. 축구를 통해 '약자도 이길 수 있다'란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해 준 대전 구단 선수들에게 감사한다. 대전에 대한 이런 글을 꼭 한번 쓰고 싶었고 그 기회가 꼭 와 주길 바랬는데 희망을 준 그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끝까지 선전을 해 준 포항 선수들과 써포터즈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판정 시비로 좋은 경기에 먹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훌륭한 경기 뒤엔 항상 준우승팀의 숨은 공로(?)가 있기 마련이다.

사족 : 포항 써포터즈 제일 앞줄에서,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축구 사랑을 몸소 실천하던 어느 후추 칼럼니스트의 모습이 TV에 잡혔을 때 울어야 할 지 웃어야 할 지 모를 일이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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