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커스]김승현 4관왕 부푼 꿈

  • 입력 2002년 3월 5일 17시 42분


김승현
올 시즌 코트에서 김승현(24·동양 오리온스)을 상대해본 선수들은 누구나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로 얼을 빼놓기 일쑤이기 때문. 내로라 하는 선수들은 ‘김승현 돌풍’이 아직 익숙지 않은 탓으로 돌리며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시즌이 끝나 가는 지금까지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상대 선수들이 느낀 충격 못지 않게 소속팀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선수 구성상 국내 어느 구단에도 뒤지지 않던 동양은 ‘야전사령관’ 김승현의 가세로 조직력의 팀으로 거듭나며 대망의 창단 첫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당연히 모든 화제가 김승현에게 집중됐다. 5일 현재 어시스트(경기당 평균 7.94개) 및 가로채기( 〃 3.28개) 부문 1위. 올해 처음 프로무대에 데뷔한 신인에게 수여하는 신인상은 물론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까지 그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개인적 목표를 묻는 주위의 숱한 질문에 대한 김승현의 대답은 한결같다. “농구가 좋아서 열심히 했고 개인상 욕심은 없다”. 그러나 김승현의 말은 언제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꼭 덧붙이는 말이 “선배들이 도와줘 여기까지 왔다”는 것.

신인답지 않은 넓은 시야와 현란한 개인기, 배짱으로 뭉친 당돌한 대답.

하지만 이것이 바로 ‘속에 구렁이가 열 마리는 들어 있다’는 김승현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동양 김진 감독이 자신의 지도철학대로 선수들이 경기를 즐기며 개개인의 역량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자유롭게 풀어놓자 김승현은 틈을 놓치지 않은 채 팀을 빠르고 근성 있는 구단으로 변모시켰고 그 공은 선배들의 몫으로 돌린 채 자신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섰다.

모래알 같던 동양이 콘크리트 같은 조직력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과 똑같은 이유로 김승현을 앞세운 동양이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챔피언 트로피까지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6시즌 째를 맞은 국내 프로농구에서 신인상 수상자가 MVP까지 차지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김승현이 과연 국내 프로농구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까.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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