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아경기]『흩어진 한민족 한자리에 모였다』

  • 입력 1998년 12월 10일 19시 42분


아시아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방콕에서는 지금 ‘한민족 공동체’가 이뤄지고 있다.

구한말 뿔뿔이 흩어졌던 한민족 후예들이 1백여년만에 숱한 사연을 안고 방콕에서 만나고 있는 것.

카자흐대표팀에는 7, 8명의 한인 2, 3세들이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이 중 빅토르 리 카자흐역도협회장은 가장 성공한 인물. 그는 카자흐에서는 알아주는 사업가로 남북한과의 국제무역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알렉시 리 역도 코치, 아나톨리 김 농구 감독도 카자흐에서는 영향력 있는 체육인.

이밖에 유도심판으로 참가한 블라디미르 김 등이 있으며 2, 3명의 선수도 복싱과 레슬링 등에 출전하고 있다.

우즈베크의 블라다미르 신은 복싱협회부회장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 대표팀 코치를 겸하고 있는 블라다미르 신은 79년 뉴욕 월드컵복싱 미들급 챔피언 출신.

이병욱 인도네시아 유도감독. 그는 87년부터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이라도 하나 건지는 게 꿈.

비록 참가 선수단은 아니지만 방콕에는 한인이 의외로 많다. 중국 옌볜조선족도 2백여명이나 있다. 이들은 대부분 방콕의 한인식당에 취업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이다.

탈북자도 있다. 박, 조, 김씨로 알려진 세사람이 바로 그들. 96년 두만강을 건너 중국을 거쳐 이곳 방콕까지 온 그들은 요즘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북한선수단이 온 이후로는 자취를 감췄다. 무국자인 이들이 다시 방콕에 나타나려면 아무래도 아시아경기가 끝나야 될 것 같다는 게 교민들의 얘기.

북한대표로 참가한 조총련 소속 조선인들과 한국대표로 참가한 재일동포들도 눈에 띈다. 북한의 골프 복싱 등 일부종목의 선수들과 한국 여자소프트볼의 박영순 등이 바로 그들이다.

방콕의 한국교민은 6천여명, 북한 주재원은 13가구에 60∼70명. 이들은 각 경기장에서 ‘때로는 하나, 때로는 둘’이 돼 응원을 펼치고 있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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