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설원의 지존’ 허승욱 동계올림픽 6회출전 도전

  • 입력 2006년 1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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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올림픽 여섯 번 나가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저야 그렇게 되면…, 좋죠. 기쁠 따름이죠.” 수화기 너머 저쪽에서 너털웃음이 들려왔다. 한국 알파인 스키의 선구자이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1인자로 군림했던 인물. 바로 허승욱(34·지산리조트·사진)이다. 그는 4일 강원 용평리조트에서 개막한 서울컵 알파인스키대회에 참가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지막 동계올림픽 출전을 대비하고 있다.》

전날 슈퍼대회전과 5일 대회전 성적은 각각 10위. 이에 대해 그는 “연습을 많이 못했는데 이 정도면 잘한 것”이라고 웃은 뒤 “내일 회전은 내 주 종목이기 때문에 좀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까지 5차례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그가 2월 토리노행 티켓을 딸 수 있을지는 11일 결정된다. 이날 국제스키연맹(FIS)이 세계 랭킹을 발표하는데 여기서 500위 안에 들면 올림픽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현재 그의 랭킹은 528위.

허승욱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87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뒤 2004년 동계체전까지 17년간 1인자의 지위를 누렸다. 그때까지 동계체전에서 딴 금메달은 무려 41개. 하지만 그는 지난해 동계체전에선 강민혁(25·용평리조트)과 김형철(25·강원랜드)에게 간발의 차로 밀려 처음으로 금메달을 못 땄다.

한국 알파인 스키 선구자 허승욱이 동계올림픽 6회 연속 출전에 도전한다. 이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록. 허승욱은 1988년 캘거리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까지 5차례 연속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그가 다시 올림픽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대표팀을 나온 지는 6∼7년쯤 됐어요.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죠. 국제대회 출전은 2003년 일본 아오모리 동계아시아경기를 끝으로 접었죠. 그런데 대한스키협회에서 한번만 더 올림픽에 나가보라고 설득을 하더라고요. 제 실력이 줄어든 건 아니니까 욕심이 생겼죠.”

동계올림픽 6회 연속 출전은 국내 처음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사례를 찾기 어려운 대기록. 욕심을 낼만하다.

허승욱은 지난해 여름부터 하루 4시간씩 훈련하면서 본격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준비했다. 8월부터는 뉴질랜드컵 등 4개 대회에 출전해 포인트를 쌓으며 FIS 랭킹도 끌어올렸다. 지산리조트 레이싱스쿨 운영까지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4월 태어난 첫아들 대현이의 얼굴도 거의 못 볼 정도로 바빴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스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직도 후배들이 저하고 붙어 비슷비슷한 정도라면 문제가 있는 거죠. 후배들이 더 열심히 해야 돼요. 그래서 제가 정말 못 쫓아가겠네 하는 정도가 돼야죠.”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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