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농구천재」허재 명성은 『부친 열성탓』

  •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허재(34·나래블루버드)가 ‘농구천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부친 허준씨(72)의 열성 때문.

허준씨는 초등학교 4년생 아들에게 농구볼을 쥐어준 뒤 거의 한경기도 빠뜨리지 않고 아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또 ‘농구선수 허재에게 보내는 일기’를 20년이상 써왔다. 일종의 팬레터인 셈. 허준씨는 예쁜 글씨라야 아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글씨학원도 다녔을 정도.

이제 더이상 허준씨를 관중석에서 볼 수 없다. 95년 지병으로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재에게 ‘아버지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또다른 열성팬이 등장했다. 그의 큰아들 허웅(7). 피는 못속이듯 아들은 제법 전문용어까지 써가며 아빠에게 플레이를 주문한다. 혹시 경기장엘 못가 집에서 TV중계를 보다가 아빠의 슛이 빗나가면 방문을 ‘꽝’소리나게 닫고 나가버리기도 한다.

얼마전 나래가 현대다이냇과 경기를 앞두고 있던 날. 아들은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내가 보니까 맥도웰만 막으면 될 것 같으니까 잘 막아.”

아들 웅이의 장래희망은 아빠처럼 프로농구선수가 되는 것. 허재는 그런 아들의 바람이 싫지 않은 눈치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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