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프로농구 인기지표, 팬 낙서가 잣대

  • 입력 1999년 3월 14일 20시 34분


프로농구의 인기 실감 지표의 하나는 선수단 버스. 구단 리무진버스의 외부에는 온통 팬의 낙서로 팀로고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예전에는 매직펜이 주로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화이트’라고 불리는 수정용 펜이 많이 쓰인다. 일부 과격한 팬은 빨간 스프레이로 버스 전체를 도배하기도 한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선수는 역시 ‘산소같은 남자’이상민. ‘상민이 오빠 사랑해요’라는 여학생들의 풋풋한 연정을 현대다이냇 선수단버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같은 팀 ‘재간동이’조성원은 황당한 경우. 얼굴이 늙어보이는 까닭인지 ‘성원이 오빠 총각 맞지요’라는 문구가 종종 보인다.

팀성적에 따라 버스에 붙는 낙서도 틀려진다. 꼴찌 동양의 경우 ‘또 지면 대구망신이니 제발 한번이라도 이겨달라’는 애걸형이 많다.

모기업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산플라망스 선수단 버스에는 ‘빨리 해체하라’고 검은 스프레이로 쓴 문구도 있다.

최근 등장한 신종낙서는 버스 유리창에 ‘화이트’로 글씨를 뒤집어 쓰기.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앉는 좌석에서 글씨를 제대로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전 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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