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의 호모부커스]‘인생 100세 시대’의 저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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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능력, 필력(筆力)은 체력을 포함한다. “장편소설을 쓰는 작업은 근본적으로는 육체노동이다. 소설가로서의 작업을 계속하게 해줄 지속력의 바탕은 기초체력이다.” 30년 넘게 매일 한 시간씩 달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노화는 글쓰기의 적이다. 눈이 침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오래 앉아 있기 힘들다.

‘장수대국’ 일본에서는 그 적과 맞서 이긴 작가들이 늘고 있다. 2013년 일본 최고 권위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한 당시 75세의 구로다 나쓰코, 2012년 군조(群像)신인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74세의 후지사키 가즈오, 같은 해 쇼가쿠칸(小學館) 문고소설상을 받은 61세의 신인 기리에 아사코 등등.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1909∼2005)는 “나의 전성기는 한창 열심히 저술을 하던 60대 후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떠날 즈음까지도 집필 활동을 놓지 않았고 평생 3년마다 주제를 바꿔 가며 20여 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81)도 3년 단위 집중 공부법을 실천했다.

“어떤 시인, 작가, 사상가를 상대로 3년가량씩 읽어 나간다면 그때그때 관심에 의한 독서와는 별도로 평생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네.” 오에는 스승 와타나베 가즈오의 이러한 가르침을 평생 따랐다. 지적 호기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주제를 탐구하는 노력이 드러커와 오에를 영원한 현역으로 만들었다. 일본 유학자 사토 잇사이(佐藤一齋·1772∼1859)가 말했다. “청년 때 배워 장년에 큰일을 하고 장년에 배워 노년에 쇠하지 아니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80)는 2015년 ‘내가 읽은 우리 소설 2013.3∼2015.3’(강)을 펴냈다. 제목에 나온 시기에 읽은 소설 150편, 작가 99명에 대한 비평이다. 40년 이상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을 거의 모두 읽으며 월평(月評)을 써온 내공은 ‘80’이라는 나이를 그저 숫자에만 머무르게 한다.

1920년생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강연과 집필 활동은 지금도 왕성하다. 하루 원고지 40장을 만년필로 써나간다는 그는 “60∼75세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좋은 시절이며 인간적, 학문적으로 가장 성숙하고 인생과 행복이 뭔지 알면서 발전하는 시기”라 말한다. 인생 100세 시대에 100세 저자들이 늘기를 기대하고 또 예감하게 된다.
 
표정훈 출판평론가
#글쓰기#노화#100세 시대#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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