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명의 프리킥]4·13총선에서 종북주사파 걸러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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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 논설위원
허문명 논설위원
꼭 30년 전인 1986년 10월 10일 서울대에 북한 최고인민회의 기관지인 ‘민주조선’ 사설을 베낀 대자보가 나붙었다. 일주일 뒤 치안본부는 “서울대 구국학생연맹(구학련)이라는 지하 조직이 대자보 작성 및 게시를 주도했다”며 “핵심 간부를 수배하고 3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대자보사건의 기억

사건 배후에는 이른바 ‘강철서신’ 문건으로 유명해졌고 몇 년 후 주체사상을 지도 이념으로 한 민혁당을 만든 김영환도 있었다. 그의 말이다. “1985년까지만 해도 운동권 내 반미는 뚜렷하지 않았으나 이듬해로 넘어오면서 반제국주의 투쟁으로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북한 방송을 들으며 주체사상을 흡수해 이념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서울대 대자보 사건을 주도한 구학련이 만들어진 것은 1986년 3월로 산하에는 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투쟁위원회(일명 자민투), 반전반핵(反戰反核) 투쟁위원회 등 5개 위원회가 있었다. 구학련 결성 7개월 뒤 일어난 대자보 사건은 남한 내 자생적 주사파들이 수면으로 올라온 첫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수사 결과 고려대 연세대까지 유사한 조직이 나오자 대한민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주사파는 1980년대 후반 주요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했다. 구학련 이후 등장한 반미청년회, 자민통(자주민주통일), 민혁당 등은 이름만 다를 뿐 직간접적으로 북한 지령을 받는 조직이었음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일부는 실제로 간첩으로 활동했으며 일부는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치권으로 스며들었다. 통합진보당의 이석기처럼 독자세력화를 추구한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또는 동호회처럼 세(勢)를 형성해 시민단체를 거쳐 제도권 정당으로 진출한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 한때 주체사상 신봉자였다는 것을 쏙 빼고 지난 경력을 미화만 하면서 명확한 대북관 안보관을 밝히지 않고 활동 중이다.

80년대 이들은 미국을 상대로 ‘반전반핵’을 외쳤지만 한반도에는 지금 김정은 주도의 핵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이미 핵 버튼을 쥔 김정은은 툭하면 “핵 불소나기” “핵 참화” “핵 보복 타격”을 말하고 있는데도 야당 의원들 중에는 북한과 김정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대통령과 정부 비난에만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여당도 상향식이냐, 전략공천이냐를 놓고 기득권 지키기에만 골몰할 뿐 절실하게 국가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이 안 보여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對北觀 따져 물어야

대학 시절 한때 잘못된 사상에 심취하고 조직에서 활동했다 해서 무조건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본다. 남북 화해 무드라는 시대적 추세 속에서 통일을 향한 열망으로 관심을 가졌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때 그 사람들’이 과거 생각이 잘못됐음을 반성은커녕 인정이나 하고 있는 것인지, 지금 북핵에 대해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밝히지 않고 있으니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기회만 되면 입이 닳도록 ‘핵무기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외쳤던 사람들은 왜 북핵과 김정은에 대해 입을 닫고 있는가.

유권자들은 이번 4·13총선에서 후보들의 안보관 대북관을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각 정당 공천심사위원들부터 눈을 부릅떠야 한다. 이른바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에게 충성맹세를 했던 ‘과거’에 대한 이념적 수정 없이 어물쩍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인사들이 있다면 철저한 검증으로 걸러내야 한다. 자세히 보면 다 보인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민주조선#김정은#4·13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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