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탐욕을 빨아먹는 파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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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貪而不知戢 是用刑章明
(탐이부지집 시용형장명)

―이만도 ‘향산집(響山集)’》
 

추운 겨울에는 파리가 없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무척 귀찮은 것이 파리이다. 요즘에는 웬만하면 방충망이 설치돼 있고 각종 방지장치가 있어 귀찮음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선 반드시 문을 열어야 했던 옛날에는 그 성가심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얼마나 귀찮음이 심했던지 많은 문인들의 문장과 시에도 심심치 않게 소재로 등장한다.

구한말의 문신이자 학자였던 이만도는 ‘파리를 잡다(捕蠅)’란 시를 남겼다. 앵앵거리는 파리 때문에 편히 잠을 잘 수 없어 목침에 파리를 유인할 먹이를 두었다가 파리가 몰려들면 신발로 내려치기를 반복하며 파리를 잡았지만 계속해서 몰려드는 파리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이웃사람이 새로운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독약인 비상을 물에 타서 놓아두는 것이었다. 그러자 파리들은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자신이 죽는 줄도 모르고 몰려들었고 큰 힘을 들이지 않고 파리를 잡게 되었다고 했다. 시의 마지막은 “너희들의 본성도 본래 죽는 걸 싫어하고 나의 마음 또한 살리는 걸 좋아하지만, 탐욕하여 멈출 줄 모르기에 형벌을 분명하게 하였네”라는 말로 마무리된다.

조선 후기의 학자 유의건(柳宜健)의 ‘화계집(花溪集)’에도 어떤 산승이 같은 방법으로 파리를 박멸하는 모습을 소재로 한 글이 있는데, 탐욕스러운 인간에 대한 평가로까지 사고를 확장하고 있다. “먹을 것을 탐하여 음식 안에 독이 있다는 것도 몰랐구나. 아, 파리는 미물이라 이러한 행동이 괴이할 것이 없지만, 세상에 재물을 탐하다가 스스로 죽음을 초래하는 자는 모두 파리와 같은 자들이로다.” 그리고 파리는 사람이 유인하여 죽인 것이지만 이러한 사람들은 스스로 죽음을 초래한 것이기에 오히려 파리만도 못하다는 말을 마지막에 덧붙이며, 이익을 탐하면서 제 죽을 줄 모르는 자들을 경계하였다.

이만도(李晩燾·1842∼1910)의 본관은 진성(眞城), 호는 향산(響山)이다.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공조참의 등을 역임하였으나,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벼슬을 단념하고 학문에 전념했다. 단발령 이후 외세 침탈에 항거하는 의병을 일으키기도 하였고, 나라가 병탄되자 단식하여 목숨을 끊었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이만도#향산집#탐욕#파리#유의건#화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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