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원의 옛글에 비추다]쓴소리 듣는 덕장(德將)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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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의 잘못을 처첩과 자제와 노복이라도
모두 간언할 수 있어야 덕이 있다 할 수 있다
 

家長過失 雖妻妾子弟奴僕 皆可規諫 方能至於有德
(가장과실 수처첩자제노복 개가규간 방능지어유덕)
 

―윤증 ‘명재유고(明齋遺稿)’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흔히 집안을 다스리는 것에 비유하며,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그 사람의 집안을 살펴보기도 한다. 그리하여 ‘치국(治國)’에 앞서 ‘제가(齊家)’를 늘 강조하고 있다.

조선 중기의 학자였던 윤증은 나라건 집안이건 ‘덕(德)’을 행하여야 잘 다스려진다고 하였다. 위정자(爲政者)나 가장(家長)은 언제나 자신이 ‘덕’이 높다고 말하곤 하는데, ‘덕’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측정할 수가 없다. 그러니 무엇으로 이를 판단할 수 있을까. 윤증은 아랫사람이 마음으로 존경하고 복종하는 것이 덕치(德治)의 방증이라고 하였고, 비록 아랫사람이라도 잘못을 스스럼없이 비판하며 충고할 수 있어야 이러한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잘 없다. 하지만 나의 잘못을 잘못이라 말해 주는 사람이 있어야 당장은 귀에 거슬리더라도 잘못을 고칠 수 있다. 특히 윗사람이 되었을 때 아래에서 모두 칭찬의 말만 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도 못하고서, 옳다는 확고한 신념 속에서 계속 잘못된 길을 걷게 된다. 평소 아첨의 말만 좋아하고 비판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의 잘못을 지적해 주지 않는 것이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는 남들이 자신의 과실을 얘기해 주면 기뻐하였다고 한다. 과실을 바로잡아 고칠 수 있음을 기뻐한 것이다. 옛날의 어떤 학자는 잘못된 행동을 몸의 병과 비교하며 “병이 있으면서도 이를 의원에게 알리기를 꺼리면 결국 몸을 망치고 만다”라고 탄식한 바 있다. 몸이 잘못되어 아프면 병원을 찾아 치료하려고 하면서도, 언행이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고치기를 꺼려 결국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잘못을 잘못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고칠 수도 있으니, 남들의 비판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윤증(尹拯·1629∼1714)의 본관은 파평(坡平), 호는 명재(明齋)이다. 평생을 학문에 전념하였으며, 소론의 영수가 되어 송시열과 대립하기도 하였다.
 
이정원 한국고전번역원 책임연구원
#윤증#명재유고#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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