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정치해부학]金·文, 선거개혁 의지 있기는 한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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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논설위원
박성원 논설위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어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자신의 오픈프라이머리 간 빅딜 방안에 대해 “오픈프라이머리는 다른 제도와 맞바꿀 수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김무성 대표가 제1공약으로 내세운 오픈프라이머리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뽑을 때 지지 정당이나 당적 보유와 무관하게 일반 국민이 참여해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정치인들이 국민보다는 공천권자를 의식해 줄서기와 막말정치 대결정치를 서슴지 않는 풍토를 청산하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을 갖고 있다.

국민공천제로 막말정치 청산

문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수용 가능성을 밝히면서도 ‘김무성식 오픈프라이머리’(여야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후보를 선출하는 100% 오픈프라이머리)는 곤란하다고 했다. 정당이 모든 지역에서 후보를 뽑는 방식을 법으로 획일화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리에서다. 진짜 이유는 20% 이내의 ‘전략공천’을 통해 개혁적인 신진인사 발탁과 물갈이를 하겠다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지역을 오픈프라이머리로, 어느 지역을 전략공천으로 할 건지 여야가 합의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선택적 오픈프라이머리’는 하지 말자는 소리나 다름없다.

오픈프라이머리가 현역 의원에게만 유리하다는 반대론도 있다. 그러나 4년 내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현역 의원과 달리, 손발이 묶여 있는 신진들에게도 같은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문제점은 보완할 수 있다.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계파에 의한 패권공천, 보복공천과 함량미달의 싸움꾼을 대거 꽂아 넣는 반(反)민주적 행태를 이제는 종식시킬 때가 됐다.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의 국민경선제 또는 국민공천제는 민심과 멀어지면서 분당론에 시달리는 새정치연합에도 새로운 출구전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문 대표가 강하게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정한 뒤,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특정 정파의 지역 독식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는 명분이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새누리당에 불리하고 새정치연합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중앙선관위가 2012년 19대 총선 결과를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맞춰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300석 기준·지역구와 비례대표 2 대 1 기준) 새누리당은 152석에서 141석으로 줄어들어 과반수가 무너지고 여소야대가 된다. 영남지역의 새정치연합 의석수가 급증하는 반면 호남지역 새누리당 의석수 증가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증원없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비례대표 의원들은 전문성이나 소수자 대표 진출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당권을 쥔 쪽의 돌격대로 기용돼 대화·타협의 정치문화에 역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가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비례대표 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새누리당의 수용 가능성도 없는 만큼, 현행 54석의 비례대표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방안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지역구의 최소-최대 인구편차가 2 대 1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따를 때 부득이 지역구 수가 10석 가까이 늘어난다. 이를 감안해 비례대표를 44석으로 줄이고 이를 권역별 비례대표로 뽑는 것도 하나의 타협안이 될 수 있다. 김무성-문재인 두 대표가 각자 겉으로 내세운 위선적인 거부 논리를 거둬들인다면 선거제도 개혁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김무성#문재인#선거개혁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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