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김봉규]‘금(金)배추’에 대한 오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봉규 해남 문내농협 조합장 겨울배추생산자단체협의회 회장
김봉규 해남 문내농협 조합장 겨울배추생산자단체협의회 회장
 김장철을 보름 앞두고 ‘금(金)배추’ ‘김장하기 무서워’ 등의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언론은 기상 호조에 따른 풍작으로 가격이 크게 하락했던 지난 5년간의 배추 가격과 김장비용을 단순 비교한 수치를 부각시키며, 지난해보다 다소 오른 김장비용이 가계지출에 치명적인 부담을 안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한 김장대책에 따르면 올해 4인 가구 김장비용은 24만 원으로, 지난해 22만 원보다 9% 정도 오른다고 한다. 20포기 정도의 김장김치를 담가 최소 이듬해 봄까지 5개월 동안 가정의 식탁을 책임지는데, 4인 가구당 지출로 치자면 한 달에 약 4000원이 증가하는 셈이다. 농산물은 매일 소비되는 특성 때문에 조금만 가격이 올라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충격이 크다. 그렇다 치더라도 ‘배추 가격이 무서워 김장 못 하겠네’ 등의 보도처럼 물가에 부담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

 배추 가격 상승에 대한 언론의 우려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다만 배추 가격이 상승한 이유와 최근 몇 년간 배추의 수급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 없이 단순히 ‘작년 대비 1.5배 급등’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김장배추는 작황이 좋아 가격이 매우 낮았다. 조금이나마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농가는 힘들게 기른 배추를 산지에서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출하 단계까지의 생산 원가가 포기당 1500원 정도인데, 5년 동안 배추의 평균가격은 1330원이었다. 그것도 상품(上品) 가격을 기준으로 그랬다.

 여기에 기저 효과라는 통계적인 착시효과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포기당 2000원 하던 배추가 1000원으로 떨어지면 절반 하락이지만, 하락한 가격이 원상태로 회복되면 100% 상승이 된다. 충분히 자극적이고 소비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수치가 되는 것이다.

 배추 가격 이면에 깔려 있는 △생산비 상승으로 인한 생산농가의 어려움 △지속적인 소비 감소 추세 △통계적 기저효과 등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한 보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추 및 채소류 가격 변동과 관련된 언론 기사는 단순히 가격의 높고 낮음을 정서적 문제로 부각해선 곤란하다. 채소류 수급 및 가격에 대한 공감과 합의를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가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봉규 해남 문내농협 조합장 겨울배추생산자단체협의회 회장
#김장철#금배추#배추 가격#김장비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