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박인호의 전원생활 가이드]<6>쾌적하면서 값도 오르는 ‘전원 명당’ 고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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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복선전철 가평역 인근에 조성 중인 한 전원주택단지 현장. 박인호 씨 제공
경춘선 복선전철 가평역 인근에 조성 중인 한 전원주택단지 현장.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전원생활 터를 구하는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은 본인이 선택한 땅이 쾌적한 전원생활은 물론이요, 투자가치까지 가져다주길 바란다. 미래가치가 높아 향후 돈이 될 만한 땅, 전원생활에 필요한 돈을 버는 데 유리한 땅을 찾는 것이다. 이른바 ‘현대판 전원 명당’이다.

그렇다면 돈이 되는 전원 명당의 조건들은 무엇일까.

제1의 조건은 ‘길(교통·접근성)’이다. 풍수에서 ‘길은 곧 돈’으로 해석한다. 토지 투자의 ABC 역시 ‘도로 옆 땅에 돈을 묻어두라’는 것이다. 청정한 환경을 갖추고 잘 깔린 교통망을 기반으로 편리한 전원생활이 가능한 땅은 그 자체로 값이 뛴다. 서울(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고속도로 나들목과 복선전철역 일대가 그렇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곳은 도시와 전원을 오가며 이중생활을 즐기는 이른바 ‘멀티 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 주거유형에 적합하다. 서울 출퇴근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중앙선 복선전철) 역세권 일대(조안·진중·송촌리)가 그런 곳이다. 북한강을 끼고 있는 가평군 달전리 가평역(경춘선 복선전철) 역세권에는 국내 최대의 목조주택 전원단지 ‘북한강동연재’(141가구)가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 관심지역으로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구간 중 2단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홍천군 내촌나들목(내촌·서석면), 인제군 인제나들목(상남면), 양양군 양양나들목(서면) 일대를 들 수 있다. 이미 개통된 양평군 서종면 서종나들목 일대와 가평군 설악면 설악나들목 일대는 서울 접근성이 좋아 인기가 높다.

미래가치를 품은 돈 되는 땅을 얻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나무(개별 땅)’보다는 ‘숲(지역)’을 먼저 봐야 한다. 개별 땅값을 높여주는 지역의 가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교통망에 더해 전통과 역사, 문화, 교육, 생활, 관광 등 ‘농촌 어메니티(amenity·쾌적함을 뜻함)’가 풍부한 곳이어야 한다.

물론 지역가치에 더해 개별 땅의 잠재가치 또한 높은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한 사례를 보자. 홍천군 내면에 살고 있는 K 씨(54)의 집과 대지는 1320m²(약 400평)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사용하는 면적은 그 열배쯤 된다. K 씨의 집과 대지는 국유림과 국유하천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는 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생정원, 텃밭, 산책로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K 씨는 “비싼 돈을 들여 조경하지 않아도 사시사철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삼림욕을 즐긴다”며 “도시의 재벌 저택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자랑한다. K 씨가 소유한 땅의 가치는 단순한 등기부상 면적이 아니라 덤으로 사용하는 국유지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 될 것이다.

그럼, 돈 버는 전원 명당이란 어떤 입지일까. 이는 해당 지역 자체가 ‘잘사는 마을’의 비전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사실 귀농이든, 귀촌이든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돈’이다. 시골에 내려가더라도 먹고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은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 버는 마을은 대개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선도마을이다.

충남 태안군 남면의 ‘별주부마을’(원청·양잠·신온리)은 돈 버는 마을의 한 사례다. 이 마을은 지역 내 묘샘, 자라바위 등의 지명이 조선후기 우화소설인 ‘별주부전’에 등장하는 지명과 똑같다는 점에 착안해 아예 별주부마을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여기에 태안해안국립공원이라는 천혜의 환경을 살려 다양한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해 짭짤한 농업 외 소득을 올리고 있다. 외지 도시인들은 전원주택을 겸한 펜션을 지어 평소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숙박 운영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 수 있다. 전남 장흥군은 안양면 사자산 자락에 전원신도시(로하스타운)를 조성 중인데, 입주자에게 일자리를 연계하는 소득형 전원단지를 추구하고 있다.

개별적인 현대판 전원 명당 중 상당수는 ‘성형 명당’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얼핏 볼품없는 땅, 쓸모없는 땅이 토목기술에 의해 일약 성형미인 땅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니 애초 좀 모자란 듯 보이는 땅이라도 성형공사를 통해 전원 명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하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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