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막창과 곱창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양구이나 양곱창구이를 양(羊)고기를 구워 먹는 것으로 안 적은 없는지. 한자어 양(羊)에 이끌려서인데 그렇지 않다. 여기서 ‘양’은 소의 위(胃) 가운데 하나를 말한다.

소는 되새김질을 하는 동물이어서 위가 4개다. 첫 번째 위는 ‘혹위’ ‘반추위’, 두 번째는 ‘벌집위’, 세 번째는 ‘천엽(千葉)’ ‘처녑’ ‘겹주름위’ ‘중판위’, 네 번째 위는 ‘추위’ ‘주름위’라고 한다. 보통 익히지 않고 날로 기름장에 찍어 먹는 처녑, 천엽 등 익숙한 낱말도 있지만 대부분 생소하다. 그런데 가만, 정작 입길에 자주 오르는 ‘막창’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가 막창을 ‘마지막 창자’라고 생각해 ‘소의 대장’으로 알지만 막창은 ‘소의 네 번째 위’다. ‘홍창’이라고도 한다.

또 있다. 사전은 ‘양’을 ‘소의 위(胃)를 고기로 이르는 말’이라고 뭉뚱그려 놓았지만 언중은 첫 번째 위를 가리키는 말로 쓴다. 처녑과 천엽의 언어세력을 인정해 복수표준어로 삼은 것처럼 막창과 홍창도 표준어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아 참, 대구 사람들이 즐겨 먹는 ‘돼지 막창’은 엄밀히 말하면 ‘돼지 밥통’으로 불러야 한다. 돼지는 위가 하나뿐이니.

곱창은 소의 작은창자(小腸)를 말한다. 북한에서는 ‘곱밸’ ‘곱창’ 둘 다 쓴다. 곱창의 ‘창’이 중국어 ‘장(腸)’에서 왔고 곱밸의 ‘밸’은 창자를 뜻하므로 둘의 의미는 같다. 비위에 거슬려 아니꼬울 때 흔히들 쓰는 ‘밸(배알)이 꼴리다’의 밸이 바로 그것. 밸은 속어로 남아 있는 고유어다.

소의 작은창자가 꼬불꼬불하다 보니 곱창을 ‘굽은 창자’ ‘곱은창자’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곱은창자가 줄어들어 곱창이 된 것으로 본 것. 과연 그럴까. 소의 큰창자(大腸) 역시 꼬불꼬불하기는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 사전은 ‘곱은창자’를 인정하지 않는다.

곱창의 ‘곱’은 뭘까. ‘부스럼에 끼는 고름 모양의 이물질’이나 ‘지방 또는 그것이 엉겨 굳어진 것’이다. 눈곱 발곱 손곱이나 곱창전골 등에서 ‘곱’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양껏 드세요’ ‘양에 차다’라고 할 때의 양은 어떻게 표기할까. 위가 꽉 차도록 많이 먹으라는 뜻이므로 ‘위(胃)’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한자어 양(量)에 밀려났다. 사람의 배를 채우면서 소 위인 양을 쓴다는 게 마뜩잖아 그런 건 아닐까.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막창#홍창#곱창#곱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