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의 말글 나들이]목말 태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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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어문기자
손진호 어문기자
삼삼오오 둘러앉아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는 가족들, 특히 서너 살 된 아들딸을 목말 태우고 즐거워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더없이 정겨웠다. 5일 어린이날, 집 근처 공원에서 본 풍경이다.

목 뒤로 말을 태우듯이 한다고 해 생겨난 말이 ‘목말을 태우다’다. 이를 ‘목마를 태우다’라고 하는 이가 있지만 목마(木馬)는 그야말로 ‘나무를 말 모양으로 깎아 만든 물건’이다. 아이를 어깨에 올려놓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비슷한 말이 ‘무동(舞童)을 태우다’ ‘무동을 서다’다. 이 표현은 옛날에 사당패나 걸립패 놀이에서 여장을 한 사내아이가 어른의 어깨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데서 나왔다. 그 사내아이가 ‘무동(舞童)’이다. 말 그대로 ‘춤추는 아이’다. ‘아이를 등 위쪽에 올려놓은’ 모습을 떠올린 때문인지 종종 ‘무등 태우다’라고 하지만 ‘무동 태우다’가 맞다.

어린이날에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아이스크림이었다. 날씨가 더워지자 아이들은 하나둘씩 아이스크림을 사려고 뜀박질을 한다. 불현듯 불편한(?) 제품 하나가 뇌리를 스친다. 2003년에 나온 ‘설레임’이다. 짜 먹는 재미가 쏠쏠한 이 제품은 표준어 ‘설렘’ 대신 설레임을 고집하고 있다. 물건 이름에 엄격한 말법을 들이댈 수는 없지만, 말글살이에 미치는 영향력도 고려했으면 싶다.

‘설레다’는 ‘설레+다’ 구조다. ‘설레’는 ‘가만히 있지 않고 자꾸 움직이는 행동이나 현상’을, ‘설레설레’는 ‘큰 동작으로 몸의 한 부분을 가볍게 가로흔드는 모양’을 말한다. ‘설레발친다’고 할 때의 설레발도 설레에서 나온 말로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을 뜻한다.

말맛에 이끌려서일까. 사람들은 피동접사 ‘이’를 쓸데없이 넣어 ‘설레이고, 설레여서, 설레임’이라고 하지만 ‘설레고, 설레어서, 설렘’이 옳다. 설레는 것은 바로 내가 설레는 것 아닌가. ‘되뇌이다’ 역시 ‘되뇌다’로 써야 한다.

3년 전쯤 방영됐던 ‘황금어장 무릎팍도사’를 아시는지. 이 프로 역시 맞춤법을 무시한 제목으로 구설에 올랐다. 무릎을 속되게 이르는 말은 ‘무르팍’인데 이 프로그램 때문인지 많은 이가 ‘무릎팍’을 표준어로 잘못 알고 있다. 출연자들에게 기를 ‘팍팍’ 넣어준다는 작위적 의미로 쓰고 싶었다면 ‘무릎 팍’으로 띄어 써야 했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
#목말을 태우다#목마를 태우다#설레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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