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동병상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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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수술을 받은 지인이 운전을 하고 가다가 교통경찰에게 적발되었다. 그런데 운전면허증을 살펴보던 경찰이 사진을 보면서 “얼굴이 좀 다른데요”라고 말했다. 긴 머리가 찰랑거리는 사진에 반해 아주 짧게 자른 머리가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을 준 것이다.

그 말에 그녀는 엉엉 울고 말았다고 한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숱 많고 아름답던 머리카락이 빠진 데다 투병하느라 얼굴이 수척해진 것이 속상해도 그동안 꾹꾹 눌러 참았는데 그만 그녀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경찰은 어쩔 줄 몰라 쩔쩔매다가 그녀가 겨우 눈물을 수습하자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실은 제 아내도 얼마 전에 암 수술을 받았어요. 그냥 가세요. 운전 조심하시고요. 꼭 이겨내세요.”

아내가 암 환자였기 때문에 그 교통경찰은 이내 상황을 알아차린 것이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란 말도 있지만 사실 자기가 당해보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진정성이 없는 섣부른 위로와 충고가 더 상처를 줄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은 간디의 일화다. 한 여인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와서 “이 아이가 사탕을 너무 좋아하는데 선생님께서 ‘먹지 말라’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워낙 선생님을 존경하니까 선생님 말씀이라면 고칠 수 있을 거예요”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간디는 그 쉬운 부탁을 얼른 들어주지 않고 보름 후에 다시 오라고 말했다. 먼 곳에서 일부러 찾아온지라 선생님의 처사가 이해되지 않았지만 여인은 돌아갔다가 보름 후에 다시 찾아왔다. 그때서야 간디는 아이에게 “얘야, 사탕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몸에 좋지 않으니 줄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간단한 그 말이 뭐가 힘들어서 그 먼 길을 다시 오게 했느냐’고 묻는 여인에게 간디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실은 나도 사탕을 몹시 좋아하는데 그동안 끊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아이를 보내놓고 보름 동안 사탕 끊는 연습을 했어요. 지금은 내가 사탕을 끊었기에 아이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겁니다.”

위대한 선생님이 어린 아이의 버릇 하나를 고치는 데에도 동병상련의 진심을 다하는 모습에 숙연해졌다. “너나 잘 하세요”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나 말고 너’의 결함을 지적하는 일로 날이 새고 해가 바뀌는 요즘 세상에 이보다 더 딱 맞는 가르침이 있을까. 새해에는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본다.

윤세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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