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G8회담 열리는 日‘윈저 호텔’ 구보야마 사장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구보야마 데쓰오 ‘더 윈저 호텔 도야’ 사장 도쿄=서영아 특파원
구보야마 데쓰오 ‘더 윈저 호텔 도야’ 사장 도쿄=서영아 특파원
7일부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회의장으로 사용될 ‘더 윈저 호텔 도야’ 전경.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7일부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회의장으로 사용될 ‘더 윈저 호텔 도야’ 전경.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고급화+감동서비스로 최고 호텔 키워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도야코(洞爺湖)를 내려다보는 산중턱에 자리한 ‘더 윈저 호텔 도야’는 7일부터 열릴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를 앞두고 준비에 분주하다.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이 호텔이 몇 년 전만 해도 폐쇄된 채 버려져 있었다는 것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세간에서 ‘기적’이라고 말하는 호텔의 부활에는 한 ‘호텔맨’의 집념이 깃들어 있었다. 기적의 주인공인 구보야마 데쓰오(窪山哲雄) ‘더 윈저 호텔즈 인터내셔널’ 사장을 지난달 17일 도쿄 미나토(港) 구의 ‘더 윈저 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만났다.

―윈저 호텔에 가보니 돈을 많이 들인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버블(거품)경제기에 현지 부동산업자가 700억 엔을 투자해 세웠다고 합니다. 버블이 붕괴되면서 한때 1박 5000엔대의 싸구려 리조트로 전락했습니다. 1997년 이 호텔의 소유권을 인수한 은행이 저에게 재건을 의뢰해 왔습니다. 가보니 엉망이었습니다. 객실에서 고기를 굽는 손님도 있었죠. 게다가 4개월 뒤에는 은행이 도산하면서 호텔도 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윈저 호텔이 지금의 간판을 달고 다시 문을 연 것은 2002년. 세콤 창업자인 이이다 마코토(飯田亮) 회장이 60여억 엔에 인수한 뒤 그에게 다시 운영을 맡겼다. “홋카이도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이라는 조건 아래 이이다 회장을 설득해 인수하게 한 주인공도 실은 구보야마 사장이었다.

그는 과감히 고급화 전략을 구사했다. 방들을 터서 큰 객실을 늘리고 프랑스의 ‘별 셋’짜리 레스토랑을 유치했다. “경기가 나빠도 부유층은 있다”는 그의 주장대로 1박에 최저 4만 엔(약 40만 원)대, 최고 136만 엔의 객실 379개가 시즌에는 90%가 꽉꽉 차는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호텔은 2005년 흑자로 돌아선 뒤 2007년에는 52억 엔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공 비결을 그는 ‘감동을 주는 서비스’로 요약했다.

“와본 분들이 다시 찾습니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시설이나 소프트웨어보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 그들에게서 받은 감동의 기억입니다. 가령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프 부닌이 묵을 예정이라면 저는 담당 직원에게 미리 그의 CD를 듣고 공부하게 합니다. 직원이 고객에게 먼저 감동하면 직접 만났을 때 접대가 달라집니다. 20세기에는 서비스만 제대로 이뤄지면 일류 호텔이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렇다면 서비스보다 더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전 ‘세일즈’란 꿈을 파는 것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세일즈맨이 가장 비싼 자동차를 팔았다고 합시다. 고객이 순간적으로 현혹돼 무리를 한 것이라면 다시는 그 고객에게 물건을 팔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고객의 수준에 정확히 맞춰 주는 건 물건은 팔되 꿈을 파는 건 아닙니다. 진정한 서비스란 고객이 발돋움해 자신의 한계보다 높은 곳을 지향하게끔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소비 성향을 키운다는 뜻인가요.

“그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윈저 호텔에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전 회장이 오면 손자들과 호텔 내 피자집에 가시라고 권합니다. 최고급 요리 대신 손자들과 마주앉아 피자를 맛보며 즐거움을 나누는 것은 70대인 그로서는 새로운 세계죠. 이런 유쾌한 기억이 그를 다음 휴가 때도 도야코로 부릅니다.”

―윈저 호텔이 홋카이도 활성화에 기여했다고 봅니까.

“건물만 좋다고 일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게 했지요. 그동안 삿포로의 A급 호텔이 1박에 8000엔에서 1만2000엔대를 받았습니다만 윈저는 근 5만 엔대를 받으면서도 융성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고급 노선을 걷기 시작한 호텔이 부쩍 늘었습니다.”

―경쟁자가 늘면 곤란한 것 아닌지요.

“경쟁은 고마운 일입니다. 관광산업은 ‘점(點)’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점과 점, 선이 연결돼 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자가 늘면 호텔을 즐기는 방법에서도 다양성이 생기고 업계가 고객의 요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됩니다. 관광산업은 공급자들의 ‘매력 만들기’에 달린 것이죠.”

―호텔에서 어린이 요리교실도 연다고 들었습니다.

“고급을 알아보고 즐길 수 있는 감각은 어려서부터 키워야 합니다. 어린 시절 일류를 접해 본 아이들이 커서 윈저 호텔을 찾을 정도로 성장해 주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일종의 ‘라이프 롱(life long) 마케팅’이랄까요(웃음).”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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