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세계체제론 권위자 월러스틴 예일대 교수에게 듣는다

  • 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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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향후 세계체제에 대해 “미국의 일방적 주도에서 벗어나 여러 국가가 동맹 형태로 힘을 발휘하는 다극화 체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경제 기자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는 향후 세계체제에 대해 “미국의 일방적 주도에서 벗어나 여러 국가가 동맹 형태로 힘을 발휘하는 다극화 체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경제 기자
“동북아시아의 정치 경제적 지형도가 어떻게 되느냐가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이 화합을 이뤄 낸다면 동북아는 매우 강력해질 것이다.”

‘세계체제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78) 예일대 석좌교수는 17일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면서 동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지역의 힘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며 “곧 8∼10개 국가가 힘을 발휘하는 다극화 체제가 나타나고, 이 다극화 체제에서 중요한 것은 이전의 지역 블록을 넘어서는 국가들 간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창설 50주년 기념 학술대회 ‘인문학의 혁신 방향과 대학의 역할’ 참석차 방한한 월러스틴 교수를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나 최근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예상, 남북한 관계 전망 등을 들어봤다.

―미국 경제의 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는데….

“세계 경제의 위기는 현재 큰 이슈다. 시장은 매우 불안한 상태이며 특히 외환 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하다. 세계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그런데 심각한 점은 세계 어느 누구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정말 큰 문제다.”

―미국의 위상이 추락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는가.

“미국의 패권을 지탱해 주던 달러화와 군사력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작은 나라 하나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름으로써 많은 나라가 예전만큼 미국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이란이나 북한 같은 나라도 거리낌 없이 미국에 맞서고 있다. 미국의 위상이 하락함으로써 세계 체제에 기본적인 질서가 사라지게 된다. 이를 대체할 마땅한 나라도 없다. 불확실성이 점점 커질 것이다.”

―미국의 대선은 어떻게 예상하나.

“공화당의 패배는 거의 확실하다. 최근 2년 동안 이라크전쟁, 경제 악화로 인해 공화당의 인기는 크게 내려갔다. 당내 각 대권 후보를 지지하는 계층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도 공화당으로선 문제다. 한 명의 후보가 선출되고 나면 다른 후보의 지지층이 그 후보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 대선에선 보수 성향에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어떻게 보는가.

“유권자들은 현 정부에 반대하는 뜻에서 이 당선인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이미 20∼30년 동안 흘러왔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씩 힘을 잃어 가고 있다. 이 당선인도 그런 현실을 보게 되면 신자유주의를 완전히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제 정책의 기조가 바뀌긴 하겠지만 급격한 변화는 힘들 것으로 본다.”

―북핵문제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북한이 핵시설 폐기에 동의하긴 했으나 정말 핵을 포기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단지 시간 벌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핵 보유에 다른 나라가 자극을 받아 2015년까지 20여 개국이 핵무장을 할 것이란 나의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한국의 새 정부에서 남북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가.

“남북 관계는 정치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 당선인은 북한에 대해 좀 더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하지만 그는 실용주의자로서 현실적인 거래(deal)를 하는 사람이다. 지켜볼 일이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동호(25·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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