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日정치외교학계 거물 이오키베 방위대 교장

  • 입력 2006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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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키베 마코토 일본 방위대 교장은 25일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핵무장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요코스카=천광암  특파원
이오키베 마코토 일본 방위대 교장은 25일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핵무장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요코스카=천광암 특파원
《일본 정치외교학계의 거물인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 방위대 교장은 최근 우익들의 퇴진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육해공 통합사관학교에 해당하는 교육기관의 장이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아시아 외교정책을 공개 비판했다는 이유다. 25일 오후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 시에 있는 방위대 교장실에서 그를 만나 북한의 핵실험으로 요동치는 동아시아 안보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정치 현안에 관한 생각을 들어봤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했다.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어디에도 안심할 수 있는 동맹국이 없는 북한은 핵이 생존을 보장해 주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 당근만으로 핵을 포기시킬 여지는 없다. 만약 미국이 한반도 근해에 해군력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하면서 핵을 포기하고 안전을 보장받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양자택일을 하게 한다면 핵을 동결하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라크에 발이 묶여 있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북한은 핵 동결을 약속하더라도 물밑에서는 핵을 계속 개발할 것이다.”

―한국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의 상황부터 말하겠다. 일본은 북한이나 대만문제에 대응할 능력이 없다. 미국만 그런 힘을 갖고 있다. 한국이 자주권을 가지면서도 미국의 신뢰와 협력을 상실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미국의 신뢰와 협력을 잃는다면 무척 불행한 일이다.”

―불행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가.

“위험이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동포 간의 우호가 중요하다’, ‘중국도 좋다’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온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국이 ‘(주한 미군에 대해) 가라면 간다’는 식으로 나올까봐 걱정스럽다. 1950년 1월 딘 애치슨 당시 미 국무장관은 한반도와 대만을 제외한 채 애치슨라인을 선언함으로써 스탈린의 오판을 불렀다. 최근 워싱턴에서는 신애치슨라인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국방부 일각에서도 그런 주장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워싱턴의 친구에게서 들었다. 미국은 이라크에서 큰 상처를 입었다. 미국 정치의 속성상 이럴 때 고립주의 성향이 나타나기 쉽다. 베트남전 패전 이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주한 미군 철수론이 나온 사실을 떠올려 보라.”

―자위대와 주일 미군의 관계는….

“군사적 일체화가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다. 오키나와(沖繩)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는 괌으로 철수시키지만 주일 미군 사령부 기능은 거꾸로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전하고 있다. 지구가 좁아졌기 때문에 미 해병대가 괌으로 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 겉으로 보면 일본 국민이 미군 주둔에 반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철수를 걱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우경화와 아베 총리의 개헌 추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역설적으로 내셔널리즘(국수주의)을 상징하는 아베 정권이 집권함으로써 극단적인 내셔널리즘은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헌법이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개헌은 어떻게든 이뤄질 것이다. 문제는 전쟁 포기를 선언한 제9조다. 나는 침략전쟁 포기 조항은 바꿔서는 안 되지만 자위는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헌을 한다고 해서 한국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바꾸는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얼마 전 관함식(觀艦式) 행사에 참석해 자위대 함정이 연출하는 고난도 함대행동을 지켜봤다. 자위대의 함대행동은 영국과 미국 해군도 흉내 내지 못한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수준 높은 해군력을 갖고 있다. 명칭이 자위대인지 자위군인지는 아무 의미가 없다.”

―집단적 자위권은 필요하다고 보는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논의다. 말뜻만 보면 집단적 자위권은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속내다. 이들이 주장하는 집단적 자위권이 실제로는 ‘집단적 침략권’이나 ‘집단적 공격권’일 때가 많다.”

―최근 일본에서 핵무장 논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전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뿐더러 일본 국민의 90%가 ‘노(No)’라고 할 것이다. 만약 일본이 핵무장을 한다면, 그리고 유엔에서 ‘비난 결의’라는 말이 나온다면 바로 그 순간 일본 주가가 대폭락할 것이다. 핵무장이 얼마나 손해인지를 논의하는 것은 좋다.”

―방위대는 미래 자위대 간부가 될 학생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

“방위대는 과거 일본군의 행태를 반성하는 토대 위에 세워졌다. 일례로 과거 육군과 해군의 지나친 라이벌 의식이 바보 같은 선택(전쟁)을 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육해공을 한곳에서 교육시키고 있다. 또 ‘야마토(大和) 정신만 있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관념론에 빠져들지 않도록 대부분의 학생에게 이공계 분야를 전공하게 한다. 철저한 문민통제와 평화적 발전주의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군인 출신이 아닌 내가 교장이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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