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국제로타리 차차기 회장 이동건 부방 회장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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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대 민간봉사단체 국제로타리 회장에 선출된 ㈜부방 이동건 회장. 국제 외교 수장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민간 외교 부문 수장이 된 이 회장은 소아마비 퇴치와 젊은 로타리 회원 육성에 의지를 보였다. 홍진환  기자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대 민간봉사단체 국제로타리 회장에 선출된 ㈜부방 이동건 회장. 국제 외교 수장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민간 외교 부문 수장이 된 이 회장은 소아마비 퇴치와 젊은 로타리 회원 육성에 의지를 보였다. 홍진환 기자
소년이 태어났을 때 조국은 식민지였다. 일곱 살 때 광복이 되었으나 국토는 분단됐다. 동족상잔의 전쟁으로 조국이 초토화될 때 소년은 꿈 많은 10대였다. 길거리에는 거지들과 고아가 넘쳤다. 원조물자로 배고픔을 면하고 판잣집 교실에서 다국적 청년들에게 공부를 배웠다. 그 소년이 자라 세계 최대 민간 자원봉사단체 수장으로 선출되었다.

바로 이동건(68) ㈜부방 회장이다. 이 회장은 9월 미국 시카고 총회에서 제99대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자체 규정상 이의신청 기간이었던 2일까지 ‘도전 후보자(Challenge Candidate)’가 없어 3일 차차기(次次期) 회장으로 확정됐다.

이 회장은 “우리는 과거 지구촌 가족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 세계를 돕는 나라가 됐다”며 “한국이 세계 속 봉사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종교 이념 초월한 이웃사랑 실천

국제로타리는 1인 1직업을 가진 회원들로 구성된 세계 최고 최대 민간 자원 봉사단체. 1905년 2월 23일 미국 시카고에서 변호사 폴 해리스가 친구 세 명과 가진 봉사모임에서 비롯됐다. 초기에 회원들 사무실을 돌아가며(rotate) 모였다고 해서 ‘로타리’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 회장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종교, 이념, 정치적 가치를 배제하고 오직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것이 취지”라며 “이것이 바로 100년 넘도록 풀뿌리 자원봉사단체로 성장한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진실한가? 공평한가? 선의와 우정을 더하게 하는가? 모두에게 유익한가?’가 로타리안(로타리 회원) 정신을 나타내는 네 가지 생활 표준이다.

그는 아시아인으로는 일본 필리핀 태국에 이어 네 번째다. 공식 임기가 시작되는 2008년 7월부터 시카고 본부에서 1년간 상근하며 전 세계에서 각종 구호 사업을 하게 된다.

이 회장은 부친(고 이원갑 부방 창업주)에 이어 2대에 걸쳐 한국로타리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1949년 경성로타리클럽에서 시작한 한국로타리는 그동안 2만여 명에게 장학금 414억 원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사랑의 집짓기, 심장병 어린이 수술, 시각장애인 개안수술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펴 왔으며 필리핀에 우물 파 주기, 캄보디아에 학교 세우기 등 국제 활동도 벌이고 있다. 2009년에는 서울에서 제100차 로타리국제대회가 열린다.

민간의 유엔… 소아마비 퇴치 앞장설 것

한국로타리 활발한 봉사활동 세계가 인정

“한국이 과거에 도움받았으니 이젠 베풀 때죠”

○정-재-문화계 리더들 회원 많아

1971년 로타리에 입회한 이 회장은 1996년 한국로타리 총재 시절 32개 클럽을 창립하고 회원 1783명을 영입하는 세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에 민간 부문에서도 세계 평화를 위한 활동에 힘을 합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각국 로타리클럽 회원들은 주요 회의 때마다 회장(會長)국의 국기와 국가를 공식 사용한다. 또 로고와 표어, 엠블럼, 넥타이, 재킷 등에 회장국의 문화와 가치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어 이 회장의 선출은 지구촌 곳곳에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로타리클럽 회원은 정재계 문화계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등 경제인들과 오세훈 서울시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 정창영 연세대 총장, 송자 ㈜대교 회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 탤런트 박상원 씨, 연극인 박정자 씨 등이 회원이다.

이 회장은 재임 기간의 역점사업으로 지구촌 소아마비 퇴치를 꼽았다.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지난해 로타리 창립 100주년 시카고 국제대회에서 ‘소아마비 퇴치’를 함께 실현해 가자고 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 박사의 뜻을 이어 펼치겠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빈부차가 극심해지는 현 시점에서 가진 사람들의 나눔과 베풂을 강조하는 로타리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한다.

○빈부차 극심… 나눔정신 실천할 때

“우리 옛말에 ‘내리사랑’이란 게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베푸는 내리사랑의 정신이 사회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이 회장이 경영하는 부방은 압력밥솥 등 생활가전 전문 업체인 부방테크론을 비롯해 부산방직, 삼신정공을 계열사로 둔 중견그룹이다.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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