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4년 임기만료 앞둔 정운찬 서울대 총장

  • 입력 2006년 4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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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퇴임한 뒤 기억에 남을 경제학 책을 내는 것이 꿈이다. 정 총장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김동주  기자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퇴임한 뒤 기억에 남을 경제학 책을 내는 것이 꿈이다. 정 총장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김동주 기자
《“지금까지 직선으로 뽑히신 역대 총장님들이 정년이나 총리 임명, 가정사로 중도에 그만두셨는데 개인적으로 임기를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서울대 정운찬(鄭雲燦·59) 총장은 4년의 재임기간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말을 꺼냈다. 7월 20일 임기가 끝나는 정 총장은 1990년대 이후 등장한 서울대 직선제 총장 가운데 4년 임기를 마치는 첫 총장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까지 ‘잘 가르치는 경제학 교수’로 남겠다는 정 총장을 24일 오후 서울대 총장실에서 만났다.》

―직선제 총장으로서 최초로 임기를 마치게 되는 소감은…. 업적을 꼽는다면….

“취임 초기에 단과대 간, 교수와 학생 간, 교수와 직원 간 갈등이 많았으나 많이 해소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서울대 폐지론’ 등 위기가 오히려 내부 단결을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취임 초 대학사회의 다양화, 기초 강화, 슬림화, 대학원교육 등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 균형 선발제를 도입하고 학부 및 대학원생을 감축했다. 교수 1명당 등록금 전액과 60만∼70여만 원의 한달 생활비를 주는 장학생도 둘 수 있게 했다.”

―아쉬운 점도 적지 않을 텐데….

“양적 구조조정만큼 질적 구조조정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역사 전공 3개 과와 정치 분야 2개 과의 통합을 이루지 못해 아쉽다. 미국식 학부대학과 자유전공제도에 대해선 의견 수렴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제화를 유난히 강조한 총장으로 기억된다.

“해외 교류 대학을 50여 개교에서 100여 개교로 늘렸다. 또 실제적인 교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예일대에 매년 20명씩을 보내 8주간 교육하고 프린스턴대와도 해마다 2∼5명의 학생을 교환할 것이다.”

정 총장은 통합형 논술고사 논란, 황우석(黃禹錫) 전 교수의 논문조작 등 한국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던 사건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논문조작 사건의 여파는 여전히 정 총장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통합형 논술고사를 둘러싸고 청와대 등과 정면으로 부딪쳤는데 지금 생각은 어떤가.

“통합형 논술고사는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위한 것이다. 학생들이 독서를 통해 종합적 사고를 키우기에 꼭 필요한 선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내가 마치 청와대와 의도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고자 했던 것으로 보였는데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했을 뿐이다.”

―여야에서 정 총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영입하려고 했었고 여전히 관심이 많은데…. 요즘도 러브콜이 오나.

“나는 정치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관용차를 타고 다니고 온갖 대우를 받아서 총장이 끝나면 힘들 것이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요즘도 택시나 전철을 탄다.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금단현상’은 없을 것이다. 강의하려면 오래 서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좀 힘들겠지.”(웃음)

―어떤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일단 탐욕이 없어야 한다. 또 한국적 상황에선 친인척 관계가 복잡하지 않은 사람, 특정 이익집단과 일정한 거리를 둔 사람이 필요하다. 방향 감각과 기본상식이 있고 유연해야 한다. 특히 국내외의 신뢰를 쌓기 위해선 언행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정치 이야기가 길어지자 다소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총장 재임 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미대 김민수 교수의 복직, 황 전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이다. 미대가 자체적으로 김 교수 문제를 해결하길 바랐다. 결과적으로는 대법원 판결에 의존했지만 난 최선의 타협을 했다고 본다. 황 전 교수 사건에서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와 징계위원회를 최대한 신뢰했다.”

―황 전 교수의 지지자들의 시위로 봉변을 당하기도 했는데….

“과학은 정직과 성실이 생명이다. 서울대가 황 전 교수를 징계한 핵심은 ‘논문조작’이다. 이는 조사위는 물론 본인도 인정했다. 지지자들은 황 전 교수가 새로운 곳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실적이다. 황 교수가 성과를 낸다면 나 역시 박수를 칠 것이다.”

―경제 문제와 양극화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투명성과 적자생존 원칙은 어느 정도 개선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기업이 투자를 기피하는 측면이 있어 걱정스럽다. 세계가 모두 시장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양극화를 없애기는 어렵다. 양극화 문제를 너무 강조하면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도 양극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정 총장은 “올해 9월부터 경제학부로 돌아가서 강의를 잘하는 교수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 혹은 학생을 대상으로 경제학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내비쳤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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