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세상/하지홍]애견복제 상용화 중국에 뺏길라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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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을 처음으로 복제한 영국의 이언 윌머트 교수는 한국에 와서 “애완견을 복제한다 해도 외모만 동일할 뿐 성격은 전혀 다를 것”이라는 이유로 애완동물 복제에 회의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복제 삽살개 유니는 성격뿐만 아니라 꼬리 흔드는 모습까지 체세포 공여견인 청룡이를 빼닮았는데, 유전정보가 같을 경우 복제동물 서로 간에 어느 정도 닮는지는 이미 유전학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정립돼 있다.

유전율이란 용어로 정의되는데 모양뿐 아니라 성품과 소질 등 다양한 형질에 대해 유전과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각각 백분율로 표시하는 값이다. 성격과 소질이 겉모습과 달리 닮지 않을 것이라는 윌머트 교수의 견해는 유전학을 잘 모르는 복제공학자의 의견인 것 같다. 복제는 일란성 쌍둥이를 만드는 기술인데 자라는 시간대가 다를지라도 사육환경만 비슷하게 만들어 준다면 거의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닮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6년 전에 미국의 한 부자가 집에서 기르던 늙은 잡종 애견과의 사별이 가슴 아파서 500만 달러를 내어 놓고 복제를 원한 적이 있었지만 미국 과학자들은 아직 기술 개발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윌머트 교수가 동물 복제에서 줄기세포로 자신의 연구 분야를 바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애견 복제는 놀라울 만큼 빠른 기술 발전이 있었다. 이 기술 발전에는 미국과 다른 우리만의 음식 및 문화적 특수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 복제 기술은 기초 생물학 연구에 있어서나 상용화 값어치로 볼 때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우리만 보유하고 있는 대단한 하이테크 중 하나이다.

개 복제 시장은 애완견 주문복제를 통해 사별의 상실감을 달래 주거나 마약탐지견 같은 고가의 특수견을 대량 생산해서 판매하는 시장만 있는 게 아니다. 그 활용 분야는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다. 일례로 인간과 체중이 비슷하면서 생리기전이 가장 닮은 개가 인간 대체장기 공급 동물로는 돼지보다 더 적절하다. 하지만 그동안 복제 기술이 없어서 연구개발조차 되지 못했었다. 개 복제 기술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형질 전환, 유전자 적중 기술, 줄기세포 연구를 잘 진행시킨다면 대부분의 인간 유전병과 성인병을 인간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개는 인간 질환 연구를 위한 최고의 질환모델 동물이 될 것이다. 그만큼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당연히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진 우리가 앞으로 닥쳐올 생명공학의 한 중요한 분야에서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윌머트 교수 같은 학자는 포유동물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류 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보여 준, 그야말로 한 시대를 연 대단한 과학기술자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그의 견해와 주장을 가려듣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만일 우리가 개 복제 기술을 소중히 여기고 발 빠르게 투자해 잘 활용한다면 이미 상용화에 필요한 기술들이 상당 수준 개발되어 있는 이 분야는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설픈 머뭇거림으로 중국에 추월당하기라도 한다면 그 어리석음에 대한 보상은 받을 곳이 없게 된다.

500만 달러 종자돈으로 설립된 미국의 애완동물복제회사가 현재 우리보다 더 많은 개를 보유한 중국에 애견 복제연구소를 설립해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형제와 일가친척이 없는 외로운 시대로 특징지어질 21세기에는 반려동물로서 애견이 중요한 문화와 신산업이 될 것이다. 개 복제와 더불어 애완동물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하지홍 경북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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