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택 칼럼]이주영 장관, 수염 깎았으면 해수부로 돌아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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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농성과 정치투쟁에 싸늘해지는 세월호 민심
해수부와 해경 다인실 수색 마무리 짓고 정상 업무로 복귀해야
진상조사위와 검찰에 맡겨도 진실 규명 막을 세력 없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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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에서는 4개월이 넘은 지금도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태 찾지 못하고 있는 승객은 10명. 잠수부들은 부지런히 바다 속을 드나들고 있지만 7월 18일 조리사의 시신을 인양한 이후 소식이 없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잠수사 2명과 소방관 5명 등 10여 명이 희생됐다. 그만큼 목숨을 건 작업이다. 잠수부들은 세월호의 모든 공간을 중복해서 수색했으나 아직 수색을 마치지 못한 다인실(SP1)이 남아 있다. SP1의 격벽이 무너져 내려 쌓인 장애물을 치우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현지에 남은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은 “마지막 한 명까지 다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SP1을 수색한 후에도 실종자가 남아 있으면 배를 인양해야 할지도 모른다. 세월호의 인양은 막대한 비용이 들뿐더러 기간도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수산부는 이와 관련해 유족과 어떤 합의도 이뤄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침몰한 4월 16일 이후 진도에 계속 머무르는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은 21일 이란과 일본에 출장을 갔다가 26일 밤늦게 진도로 돌아왔다. 초기에 폭언을 하며 이 장관을 몰아세웠던 유족들도 진심이 통했는지 아침마다 체육관을 찾는 그에게 과일과 차를 내놓으며 하소연을 한다. 면도를 안 해 덥수룩하게 자랐던 수염은 이 장관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지만 이번에 해외 출장을 나가면서 깎았다.

그를 보좌하는 해수부 국장은 “이 장관이 세월호 수색작업이 마무리되면 그만둘 결심을 굳혔다”고 전했다. 장관이 된 지 한 달 열흘 만에 세월호 참사를 당한 그는 하루라도 빨리 그만두고 싶을 것이다. 이 장관도 진도에서 할 만큼 했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이제 진도 팽목항을 떠나 해수부 장관실로 복귀해 대한민국 바다의 미래를 챙겨야 한다. 팽목항에는 차관이나 국장을 내려보내면 된다.

해수부와 해경도 SP1 수색을 마무리 지으면 정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해경의 장비와 인력이 맹골수도에 집중된 사이에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때를 만난 듯 기승을 부린다. 세계 수산업계의 판도를 바꿀 자유무역협정(FTA)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로 제기된 해운업의 안전 강화도 해수부의 몫이다.

세월호 사고로부터 넉 달 열흘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해서는 안 될 일과 꼭 해야 할 일을 차분하게 구분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주자는 것은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무리한 요구다.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게 되면 사실상 피해자가 사건을 기소하고 수사하는 셈이 된다. 문명사회에서는 자력구제(自力救濟)가 허용되지 않는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주범과 공범은 얼추 드러나 있다. 세월호에서 돈 빼먹기에 정신이 팔려 안전은 도외시한 악덕 선주(船主) 유병언, 승객들에겐 배 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방송해놓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도망가기 바빴던 선장과 선원, 세월호의 안전 불감증을 눈감아준 관(官)피아, 해경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가 합쳐져 일어난 최악의 인재(人災)다. 유병언을 생포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300명 넘게 희생된 이 사건에서 진실 규명을 방해할 수 있는 세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라 경제는 세월호 우울증에서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진도엔 여전히 세월호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동진 진도군수는 “낚시꾼을 비롯해 관광객이 많았는데 세월호 사고가 터진 곳에서 어떻게 한가롭게 관광을 하겠느냐”는 인식이 생겨 진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진도의 수산물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진도는 요즘 다행히 영화 ‘명량’이 1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그 현장인 울돌목을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늘었다.

세월호 특별법 대치로 117일째 국회의 법안 처리는 제로다. 그러는 사이에 유민 아빠의 단식 논란과 문재인 의원의 동조 단식까지 이어지자 민심이 싸늘해지고 있는 것이 감지된다. 문 의원은 친노 세력의 결집을 위해 단식을 하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대통령 후보보다는 시민운동가가 되는 편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미래를 위해서도 나을 것 같다. 세월호 유족들도 생업으로 돌아가 국회 진상조사위의 활동과 검찰 수사를 지켜봤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미진하면 얼마든지 의견을 개진할 창구도 만들어져 있지 않은가. 세월호의 죽음을 잊지 말아야 하지만 삶의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

황호택 논설주간 채널A 시사프로 ‘논설주간의 세상보기’ 진행 hthwang@donga.com

[유병언 전 회장 및 기복침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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