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철칼럼]DJ정권, 왜 갈등 늘어만 가나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7시 58분


제16대 대통령선거일이 내년 12월 19일로 예정돼 있으니 1년 후 오늘 이 시간엔 새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돼 있을 것이다. 곧 당선자의 정권인수위원회가 구성되고 제반 국정의 인수인계작업이 시작된다. 그런데 인계하고 인수받을 나라사정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국가경영에서 좋은 정책으로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이나, 기업경영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김대중 정권이 국가경영을 맡은 후 지금까지 경제 교육 보건복지 남북관계 등 각 분야에서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정책이 시도됐다. 이는 ‘개혁’이란 깃발을 앞세우고 이루어진 ‘개혁정책’이다.

▼무너지는 사회통합 기능▼

국가경영에서 내놓은 정책이나 기업경영에서 만들어 낸 상품이나 모두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때가 가장 좋은 상태다(되풀이하는 말이지만 국민은 ‘정치소비자’다). 기업의 우수한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란 좋은 상품을 많이 만들어 주주들에게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기업 최고경영자에 대한 궁극적인 평가 기준은 단순하다. 이익을 냈느냐, 내지 못 했느냐다. 국가경영에서도 어떤 정책이 국민에게 만족감을 줄 때가 이상적이다. 그런데 기업의 이익에 해당하는 국가경영의 요체(要諦)는 통합기능이다. 정부시책에 만족하고 지지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적 결속력은 강해지고 이것은 국정운영의 중추인 통합기능이 된다. 따라서 국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궁극적 평가기준도 분명하다. 나라를 통합시켰느냐, 분열시켰느냐다.

앞에서 1년 후 인수인계될 나라살림이 지금 어떤 상태인가라고 지적한 것은 지금 통합기능이 무너지면서 사회 각 분야가 심각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 치유되거나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그만큼 중증(重症)이란 뜻이다.

정부시책에 대한 찬반은 언제고 있게 마련이다. 사회가 분화되면서 시민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는 과정에서 반대소리가 크게 들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의 상황은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의약분업은 사회의 대집단인 8만여명의 의사와 6만여명의 약사를 한순간 갈라놓았다. 교원정년을 놓고는 40여만명의 교직사회를 찬반으로 또 갈랐다. 여기에 의견을 달리하는 전 국민에 해당하는 학부모 사회까지 가세했다. ‘퍼주기냐 아니냐’를 놓고 벌어진 남북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사회를 더 크게 보수와 진보로 다시 나누었다. 더욱이 남북문제는 한국사회 내부에서 이념적 갈등까지 촉발해 현실적으로 주적(主敵)개념의 혼선과 피아(彼我)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기업의 빅딜을 놓고는 정부와 기업, 경영층과 노조로 갈렸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지역감정의 고질까지 도졌다. 특히 권력기관의 중추부를 포함해 정부산하기관 요직을 연고지역 인사들이 독점 내지 대세를 점하는 인사정책은 사회적 갈등을 더욱 악화시켰다.

망국적 지역감정의 희생자였음을 내세우면서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적 통합을 누구보다 강조하면서 정권을 잡은 김 대통령이다. 그런데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가. 지금 눈앞의 바둑판처럼 전후좌우로 나누어진 분열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국 김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 감정까지 가세함으로써 온 나라가 크게 ‘친(親)DJ’ ‘반(反)DJ’로 쫙 갈린 형국에 이르렀다. 일찍이 보지 못했던 ‘단체전’ 양상이다. 찬반을 단체전으로까지 끌어올린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이익을 못 낸 책임이 기업최고경영자에 있다면 통합이 깨진 책임은 국정최고경영자에게 돌아간다.

▼‘단체전’수위의 갈등 구조▼

지난날 핍박을 받았다는 생각에서, 또 정권쟁취 후의 복수심에 빠져 처음부터 끌어안고 가기보다는 주변을 제압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는가. 독점욕 때문에 개혁을 통합의 저해요인으로 만들지는 않았는가. 개혁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넓혀 나가려는 노력보다 개혁성과를 앞질러 예단하고 자기평가에 미리 도취해 독점하고 독주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97년 대통령선거 전 ‘대통령친인척 부당행위금지법’제정까지 공약했던 이 정권은 잇달아 터져 나오는 각종 권력형 비리의혹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세간의 의심과 분노는 갈등을 더욱 확산시킨다. 역사적 평가는 훗날의 일이라고 하지만 참담한 오늘을 보자면 국가경영 평가는 이미 내려지고 있다. 이제 새롭게 만회하려해도 별수가 없을 것 같다. 성찰의 자세로 지난 일들을 수습하는 노력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위안이겠다.

<논설실장>ki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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