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팔레스타인의 ‘평화 훈련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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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레바논 전쟁을 취재할 당시 나는 전쟁이 구경꾼과 참견하는 자, 선한 자, 나쁜 자 모두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은 갈등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관심을 자신들의 정체성 이슈와 열정, 편견을 풀어내는 데 이용한다.

1982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나타난 아서 블레싯(바퀴 달린 십자가를 끌면서 40년간 세계를 순례한 선교자) 같은 사람도 있기는 했다. 그는 평화를 위해 기도하면서 이스라엘에서 서베이루트까지 걸었다. 가자지구의 봉쇄를 깨뜨리겠다며 바닷길로 진입한다든지, 돈 많은 미국계 유대인이 동예루살렘의 아랍 지역에 저택을 사려는 근본주의자들에게 자금을 대 주는 식의 요란한 개입은 때로 양쪽 모두에 최악의 상황을 부추긴다. 그리고 이는 결국 ‘두 국가 해법’이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해야 할 우리의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런 관점에서 뭔가 좋은 움직임은 없는 것일까. 있다. 팔레스타인의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과 살람 파이야드 총리가 팔레스타인이라는 국가의 제도적 기초를 닦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바로 그것이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대충 만들고 이스라엘이 무너뜨린 구조를 뒤엎고 바닥에서부터 기초를 다시 세우는 작업은 진전을 보고 있다.

아랍의 통치에는 두 가지 모델이 있다. ‘나세르 모델’이라고 불리는 옛 통치 모델은 지도자가 이스라엘 혹은 미국에 어떻게 저항하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선(先)국가 후(後)제도’를 주장하는 하마스의 방식이다. 새 모델은 압바스와 파이야드가 요르단 강 서안지구에서 시도 중인 것으로, 투자 유치와 고용 증대, 민생 해결을 기준으로 삼는다. 또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치, 안보 제도를 우선으로 세운 뒤 국가를 선언하겠다”고 주장한다.

2007년 이후 팔레스타인 당국과 요르단, 미국은 공동으로 서안의 팔레스타인 보안 병력 전체에 인권과 치안, 행정 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스라엘 군대는 이 새로운 팔레스타인 국가안보군(NSF)이 서안지구의 주요 도시 곳곳에서 법질서를 세우고 지역의 상업화와 투자, 신규 건물의 폭발적인 증가를 이끌어내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요르단인들은 NSF를 훈련시켰고, 팔레스타인 당국은 이들을 무장시켜 파병했다. 예리코의 팔레스타인 국립훈련센터가 조만간 완공되면 팔레스타인인들이 훈련 업무를 인수 인계받아 직접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요 도시에서는 보안군 본부가 모두 새로 지어지고 있다.

군중 통제에서부터 선거까지 모든 문제를 다루도록 훈련시키는 코스는 이제 막 시작됐다. 이런 시도와 같은 선상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서안지구의 검문소 병력을 기존의 42명에서 12명으로 줄였다.

그러나 이런 압바스 수반과 파이야드 총리의 시도는 이스라엘이 서안지구 내 주요 도시의 통치권을 팔레스타인에 넘기지 않을 경우 정치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그들의 새로운 안보 서비스를 이스라엘의 지배 완화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 건설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이스라엘이 이 진실을 맞닥뜨릴 때가 오겠지만 이는 최소한 무언가 현실적인 상황에 바탕을 두게 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제도 확립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권한을 넘겨받으려는 이 역동적인 움직임은 팔레스타인이 만든 새로운 상황이다. 이 시도가 서안지구 전체로 확산돼 가자지구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면 두 국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실패한다면 끝없는 충돌을 각오해야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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