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아프간 추가파병? 오바마, 왜 그래

  • 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4분


정치판에서는 흔히 특정 슬로건에 매몰돼 그 이면에 담겨진 함축적 의미나 진정성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결여되곤 한다. 요즘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해저 석유 시추 재개’를 외치는 민주당과 공화당도 예외는 아니다.

공화당은 최근의 에너지 위기를 해저에서 석유 시추를 재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 석유 의존에 따른 기후변화 등 부작용을 고려할 때 해법은 차기 글로벌 산업으로 부상할 대체에너지 산업이다.

과거 정보기술(IT) 혁명이 그랬듯 향후 청정에너지 산업은 직장 수백만 개와 새로운 업체 수천 개를 창출할 것이다. 차기 에너지기술 혁명의 주역은 바로 이 청정에너지 산업의 리더 역할을 맡는 국가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해저 석유 시추 재개를 주장하는 공화당의 논리는 이와는 동떨어져 있다. 마치 1980년대 인터넷이나 PC 대신 전동타자기에 모든 기술과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과 흡사하다.

민주당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아프간 전쟁은 이라크 전쟁과는 달리 ‘좋은 전쟁’이라고 상당수 민주당 인사는 주장한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후보는 아프간 추가 파병이 테러리즘 종결을 위한 것인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시적 성과를 내려는 것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이라크 아프간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파키스탄…. 이곳들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근본 원인은 이 지역의 후진성이다. 오랫동안 이 지역은 독재정권이 군림해 왔고, 청년 실업과 후진적 교육시스템, 개혁을 거부하는 종교가 근대화로의 진전을 막아 왔다.

또 이 지역 젊은이들은 자살을 미화하고 같은 이슬람교도들을 겨냥한 일종의 살인 집단들에 매수되곤 한다. 이로 인한 자괴감을 사담 후세인과 알 카에다는 역이용해 왔고 파키스탄 정보 당국과 헤즈볼라, 탈레반도 이를 여전히 역이용하고 있다.

해결책은 정치의 변화를 꾀하는 길밖에 없다. 빈 라덴을 사살하는 일보다 상호 협력을 도모하는 정권을 바그다드나 카불, 이슬라마바드에 세우는 것이 테러와의 전쟁에 보다 궁극적으로 기여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파트너들이 필요하다. 이라크에서의 최근 진전도 수니파, 시아파를 불문하고 이라크인 스스로가 이라크 극단주의자들에게 반기를 들었기에 가능했다.

아프간을 거점으로 활동한 전직 고위급 마약단속 관료인 토머스 슈와이크는 뉴욕타임스 매거진 최신호에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썼다. “카르자이는 마치 우리를 하인 부리듯 했다. 미국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아프간에 인프라를 건설하고 다른 나라들과 함께 (반정부 세력인) 탈레반에 맞서 주면 카르자이 측근들은 각종 마약 거래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그 어떤 문제가 터지면 비난의 화살은 서방 세계에 돌리면 그만이다.”

아프간 전문가인 로리 스튜어트가 7월 17일자 시사주간지 타임 커버스토리로 쓴 내용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추가 파병은 아프간 민족주의를 자극할 것이다. 아프간은 어느 곳보다 반외세주의가 강한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프간에서 더 큰 책임을 떠맡을수록 아프간 정부는 무책임하게 행동할 것이다. 개혁을 부추기는 유인책 또한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아프간 추가 파병’이라는 슬로건을 채택하기에 앞서 자문해 봐야 한다. 과연 이 전략이 진정 (테러와의 전쟁) 승리를 위한 것인지, 대선 승리를 위한 전시용인지를.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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