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프리즘/신지호]보수혁명이 필요하다

  • 입력 2004년 10월 19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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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둑과 닭서리’, ‘리무진과 티코’.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나라가 시끄러웠던 작년 말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저지른 범법행위의 경중을 빗대어 한 말이다. 나는 이 표현만큼 현 집권세력의 전략적 의도를 적확히 나타낸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補修작업 절실한 保守진영▼

사람들은 왜 열린우리당은 반독재투쟁을 하던 1970, 80년대 화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아직도 ‘민주 대 반민주’ 타령이나 하고 있느냐며 불만스러워 한다. 거기에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밑천이다. 권력 핵심부에 있는 정신적·연령적 386들의 경력을 살펴보라. 대개는 운동권 경력 말고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현 집권세력이 국민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씨름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오도된 이념 탓만이 아니다. 권위주의 정권과 싸운 것 말고는 경험한 게 없고, 따라서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정치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로 몰고 가야 차기 정권 창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이게 중요하다. 그 구체적 표현이 바로 ‘소도둑과 닭서리’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욕할 수 있느냐’는 식의 비교 우위 강조가 선거 판에서 ‘약발’이 먹힌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집권세력은 반대자들에게 ‘유신과 5공의 후예’, ‘수구기득권 세력’이라는 딱지 붙이기를 좋아한다. 이런 구도만 유지되면 일시적인 실정(失政)으로 인심을 잃는다 해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이런 이전투구 속의 차악(次惡) 경쟁 전략에 어떻게 맞서고 있는가. 집권세력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는 것 말고는 독자적인 부가가치 창출에 실패하고 있다. 보수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기존 보수의 보수(補修) 작업을 통일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그것이 마치 양자택일의 문제인 양 소모적 당내 투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결과는 기약할 수 없는 미래다.

이래 가지고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할 수 없다. 나는 현시점에서 가장 절실한 것이 ‘소도둑과 닭서리’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타파할 보수혁명이라고 생각한다. 보수혁명의 핵심 콘텐츠는 두 가지다. 먼저 자유주의로의 이념교체다. 구(舊)보수의 국가주의, 권위주의는 이미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국가주도형 중상주의 시스템은 ‘한강의 기적’을 이뤘지만, 2만달러 시대 개척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간의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장주도형 자유주의 시스템만이 그 해결사가 될 수 있다. 이것이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을 완전히 극복한 일본이 주는 교훈이다.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그 어떠한 독재도 허용될 수 없다. 신보수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투철한 신념으로 한국정치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현 정권이 표방하는 참여민주주의는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에 가깝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신장되는 소수의 자유보다 신문법과 과거사진상규명법 제정으로 희생되는 다수의 자유가 훨씬 크다. 신보수는 자유주의의 이름으로 이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이념교체와 더불어 이뤄져야 할 것이 세력교체다. 과거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운, 한번도 기득권을 누려본 적이 없는 젊고 건강한 자유주의자들이 무대의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그들의 철학과 영혼, 배고픔 속에서의 청렴함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민주화세력 대 산업화세력’의 구도로는 자유의 미래가 없다.

▼‘자유주의’ 이념-세력 나와야▼

이제 뜻있는 이들은 보수혁명의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지식 있는 사람은 지식으로, 돈 있는 사람은 돈으로, 행동력 있는 사람은 행동으로 십시일반해야 한다. 그런 뜻에서 미국에 땅 사러 가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충고할까 한다. 정당하게 번 돈이라면 세계화시대에 해외 부동산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도피성 자세로는 자유를 지킬 수 없다. 진정 이 땅의 자유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면 보수혁명에 투자하라.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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