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차진아]토지공개념의 패러독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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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공개념 이미 헌법에 있어
대통령 개헌안의 명문화는 청와대가 스스로 밝혔듯이
헌재 결정을 뒤집으려는 의도
헌법의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인 재산권 보장 침해할 우려 있다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시장경제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사회주의 헌법안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지나치다 할지라도 대통령 개헌안의 일부 조항, 특히 제128조 제2항 토지공개념 규정(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로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지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토지공개념이란 한정된 재화인 토지의 공적 성격을 강조하고 이에 따른 제한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현행 헌법하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농지 소유의 제한 등 다양한 형태로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 토지공개념에 대해 적지 않은 오해가 있는 것은 과거 토지공개념 관련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때문이다. 이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치 토지공개념 자체가 위헌 결정된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헌재는 토지공개념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하면서 단지 그 구체적인 입법정책이 개인의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제한인 경우에 위헌성을 인정했을 뿐이다.

토지공개념의 올바른 방향은 토지를 국유화하자는 것, 다시 말해 사유재산권을 부인하자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토지재산권을 절대시하여 꼭 필요한 공적 제한조차 불가능하게 하자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 다른 인권과 마찬가지로 토지재산권 제한도 정당한 목적과 합리적 수단에 따른 것이라면 정당한 제한으로 인정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청와대가 개헌안 발표에서 이러한 헌재 결정을 뒤집기 위해 토지공개념의 명문화가 필요하다고 한 대목이다. 대통령 개헌안 제128조 제2항이 토지재산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조차 가능하게 해 헌재가 위헌·헌법불합치로 결정한 택지소유상한제와 토지초과이득세제를 그대로 부활시키려는 것이라면, 이는 오히려 토지공개념의 본질에 반하여 토지재산권을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것이 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토지공개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보다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연 부동산 투기 대책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는 것이 맞는가? 또한 토지공개념 규정이 부동산 투기 근절에 얼마나 실효성을 보일 수 있을까? 과연 헌법 조항 하나가 없어서 부동산 투기가 근절되지 못했을까? 정부의 정책 의지가 부족했거나 정책 방향이 잘못되었던 것은 아닌가?

노무현 정권 당시 종합부동산세 도입은 부동산 거품을 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런데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국민들에게 과도한 양도세를 부과하여 팔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래서 대다수 부동산 보유자들이 정권 끝나기를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 결과 공급이 줄어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더 상승했고, 부동산 거품을 빼고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려던 강력한 부동산정책은 실패로 돌아갔다.

현 정부도 똑같은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토지공개념의 이름으로 더 큰 제약을 가할 경우에는 더 큰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것은 토지공개념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의지의 문제, 정책 방향의 문제로 보는 것이 옳다.

또 한 가지 분명히 지적되어야 할 것은 헌재에서 위헌성을 인정한 법률을 개헌을 통해 무리하게 합헌으로 만들 경우의 문제점이다. 과거 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결했던, 군인 등에 대해서는 보상 외에 국가배상청구권은 인정하지 않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를 유신헌법에 명문화함으로써 억지로 합헌화했던 것이 현행 헌법 제29조 제2항으로 이어졌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실질적인 위헌이라는 주장과 함께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지속되었다. 대통령 개헌안에서도 제29조 제2항을 삭제하도록 하면서 헌재에서 위헌성을 인정한 법률을 합헌으로 만드는 헌법 조항을 두겠다는 것은 논리적 일관성뿐만 아니라 내용적 정당성의 측면에서도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차진아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토지공개념#헌법#토지재산권 제한#개헌안#종합부동산세#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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