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재훈]공무원 임용과 퇴출, 벽을 허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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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KDI 연구위원
김재훈 KDI 연구위원
‘관피아(관료+마피아)’ 처방을 논하기에 앞서 원인에 대한 엄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료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수많은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에서 대기업까지 퇴직한 공직자를 국가기관에 대한 로비창구로 활용하려 한다. 여기에는 후임자가 전임자의 청탁을 들어주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서로 친분관계가 있고 미래에 자신도 동일한 입장에 섰을 때 후임자가 자신이 전임자의 청탁을 들어준 것과 같이 해준다는 기대가 있을 때 청탁을 들어줄 것이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공직자들에게 그러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일까.

그 이면에는 바로 공직사회의 폐쇄성이 자리 잡고 있다. 정년 보장과 제한된 충원으로 오랜 기간 동일한 인물들이 공직사회에 있게 되어 자연스럽게 강한 유대감과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형성된 일종의 암묵적 계약관계가 형성된다. 이를 위한 해결책은 쉽지 않다.

먼저 관피아 해소를 위해 행정고시제도의 폐지만 도입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새로운 인력을 민간 경력직 등으로 충원하여 일견 공직사회의 폐쇄성이 완화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공직사회의 폐쇄성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고 대다수 공무원은 여전히 서로의 뒤를 봐줄 것이다.

한편 관피아 해소를 위해 정책 결정의 책임을 엄격히 물을 수 있도록 공직인사제도를 바꾸거나 감사원 감사를 강화한다고 해보자. 현행 국가공무원법(제68조)은 능력의 부족이나 정책적 실수를 이유로 공무원 의사에 반한 인사상 불이익(강임 또는 면직)을 금지하고 있다. 민간에서는 해고를 면하기 어려웠을 저축은행 부실, 원전 비리, 블랙아웃 등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했지만 처벌받은 공무원은 거의 없었다. 왜 그럴까.

공무원이 면직처분을 받는다고 해보자. 해당 공무원은 국민연금의 3∼4배에 해당하는 공무원연금수급권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책임질 만한 일은 공공기관이나 민간에 떠넘기는 행태를 보인다. 설혹 책임질 일이 있더라도 공무원으로 구성된 공무원인사위원회가 면직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다. 선례를 남길 경우 스스로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공무원법의 개정 내지 폐지 없이는 이 또한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관피아 해소를 위해 공직재취업제한과 같은 공직윤리법의 강화를 생각해보자. 이 경우 퇴임 전 재취업 제한이 없는 부서로 일정 기간 옮겼다가 퇴직하거나 재취업 제한이 없는 계열사 혹은 직책으로 재취업할 수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재취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합해보면 관피아 해소 방법은 임용과 퇴출의 측면에서 공직개방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실제 각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직임용제도의 폐쇄성(고시제도, 정년 보장, 국가공무원법)이 높을수록 부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공직임용 폐쇄성은 매우 높고 청렴지수는 아주 낮다.

한때 우수한 인재들로 우리 경제의 성장을 주도했던 관료 집단은 스스로 만든 폐쇄성으로 인해 자기정화 기능을 상실한 비대한 공룡이 돼버린 것이다. 아직도 우리 공직사회에는 많은 우수한 인재들이 불철주야 묵묵히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개혁할 수 있는 환경과 제도적 여건이 뒷받침되고 있지 못하다. 공직사회의 자기정화를 위해서는 공직의 개방성뿐만 아니라 공직수행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직업공무원제의 도그마에 빠져 단편적인 해결 방안만 고집하지 말고 종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해야만 구조적인 적폐를 일소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김재훈 KDI 연구위원
#관피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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