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정식]사상 첫 ‘무역 8강 신화’ 이어가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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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
올해 우리나라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 8번째 무역대국(大國)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된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연간 무역 규모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 위기로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보호무역이 성행하는 어려운 무역환경 속에서 이룬 성과라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무역업계와 정책당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고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 경제에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무역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수출을 통해 성장했으며 수출 주도 성장전략으로 1960년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에서 현재 2만 달러로 도약했다. 그러나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넘어 앞으로 2조 달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먼저 국민에게 무역의 중요성을 환기해야 한다. 최근 수출이 내수경기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수출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종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수출보다 내수에 치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내년에 출범할 새 정부는 수출보다 내수 위주 정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내수는 중요하다. 수출이 내수로 연결될 수 있도록 중소기업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내수를 부양하고 우리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려면 수출의 중요성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보다 내수 비중이 큰 일본도 수출이 감소하자 내수마저 침체되면서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내수시장이 작은 우리는 수출이 늘어나야만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 내수는 수출 증가 없이 부양 정책만으로 지속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무역지원 정책을 개선해 세계적 보호무역 추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유로존 위기로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선진국들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적 보호무역 추세 속에서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무역시장을 확대해야 하며 무역분쟁 전문가를 양성해 늘어날 무역분쟁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또 신기술 지원과 신시장 정보 제공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여서 수출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무역금융 지원 체제도 FTA 시대에 적합하도록 개선해야 한다. 무역금융의 지원 규모를 늘리고 금리와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원 체제를 간소화해서 많은 중소 수출업체가 혜택을 보도록 해야 한다. 또한 무역금융이 불공정무역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지 무역금융 지원 체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환율이 과도하게 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수출이 내수로 연결되지 않자 물가를 낮추고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환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은 수출을 내수로 연결시키는 정책이다.

환율을 내려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 있다. 환율을 낮출 경우 수출이 줄면서 일본과 같이 저성장 국면으로 들어가게 되어 결국 내수 또한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 주요 선진국은 수출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환율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만 환율을 낮출 경우 경쟁국에 비해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감소하고 경상수지 악화로 외환이 유출되면서 외환위기를 겪을 것이 염려된다.

세계적인 보호무역 추세와 FTA 체결, 그리고 환율 하락과 중국이라는 경쟁국의 등장으로 우리 무역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기존의 정책과 전략으로는 변화된 무역환경에서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어가기 힘들다. 우리 무역업체와 정책당국은 변화된 무역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새로운 무역환경에 대응하는 전략을 수립해 무역 2조 달러 시대를 앞당기도록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상경대학장
#무역#수출#환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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