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원덕]日서도 역풍 맞게 될 아베의 자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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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
일본 총선을 앞두고 자민당이 내놓은 선거공약을 보면 가히 충격과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심히 우려되는 요소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평화헌법 개정,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군비 강화, 자위대 승격을 축으로 하는 강성 안전보장 정책이고, 둘은 교과서 개정, 근린제국조항 수정,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 부정을 핵심으로 하는 퇴행적인 역사 정책이며, 셋은 센카쿠, 독도와 관련한 초강경 영토 정책이다.

득표 노리는 포퓰리즘 행태

아베 신조 총재 개인의 국가주의적 이념과 색깔이 그야말로 곧이곧대로 짙게 녹아 있는 극우적 공약이다. 과거 집권 자민당 시절의 정책과 비교해 봐도 상당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아베 자민당의 이러한 공약은 20년의 경제침체, 거대 중국에 대한 패배의식,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혼란이라는 총체적 위기 속에서 심리적 동요를 겪고 있는 일본 국민의 감성에 ‘강한 국가’, 조용한 일본이 아닌 ‘주장하는 일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불을 지름으로써 득표를 노리는 포퓰리즘 행태와 다름없다.

만약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이 집권하고 그의 이러한 공약이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한국과 중국과의 전 방위적 충돌과 대립은 위태로운 수준까지 격화할 것이다. 더욱이 한일관계에서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 이정표로 여겨져 왔던 위안부 관련 고노담화가 아베의 손에 파기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삐걱거리고 있는 한일관계는 그야말로 되돌리기 어려운 파국을 향해 치달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이와 동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일본 국내에는 아베 자민당의 우경화 폭주와 역주행을 경계하고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는 점이다. 유명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영토문제와 국민감정이 얽힌 현 상황을 값싼 술에 취한 상태에 비유한 뒤 “밤이 지나고 나면 남는 건 두통뿐이다”라는 말로 우익 정치인들의 언행을 비판한 바 있다. 아사히, 마이니치 등 일본의 몇몇 언론은 아베의 극우적 공약이 자칫 잘못하면 일본이 축적해 온 국제적 신뢰를 훼손하고 이웃 국가와의 선린우호 관계에 심각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아베 자민당은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지지율은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어 단독 집권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아베를 수반으로 하는 정권이 등장한다면 그것은 소수 정당 공명당과의 연정 혹은 민주당이나 하시모토가 이끄는 제3극과의 연립을 통한 집권이 될 공산이 크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2, 3위 연대를 통해 어렵사리 당권을 거머쥐었기 때문에 아베 노선이 자민당 내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어떤 식으로든 아베의 극우적 공약은 일정한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일 관계 파국 치달을 가능성

이번 총선에서는 헌법, 안전보장, 영토, 역사인식 등 국가 기본정책을 둘러싼 정치세력 간의 논쟁이 가열되겠지만 다수 유권자의 주된 관심은 무엇보다도 20년간 침체에 빠져 있는 일본 경제를 누가 어떻게 회생시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타 선진국의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번 일본 총선의 핵심 쟁점은 경기 대책, 원전-에너지 정책, 복지-세금 정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의 생활밀착형 정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좋든 싫든 결과적으로 일본이 배타적인 국가주의와 고립의 길로 나갈 것인가, 아니면 근린국과의 우호협력을 중시하는 국제 평화주의 노선으로 갈 것인가의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가올 일본 총선을 우리가 그 어느 때보다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는 이유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일본학
#한일#자민당#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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