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용균]자기소개서 대필은 범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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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균 변호사
조용균 변호사
대학 수시모집이 시작되면서 자기소개서의 대필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과거 일부 학생 사이에서 행해지던 대필이 이제는 만연해 일선 고교에서는 자기소개소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입시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는 일이다.

대필 만연화로 무용론까지 대두


각 대학에서 수시모집에 응시하는 학생들에게 담임교사의 추천서가 아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응시생으로 하여금 자기 스스로 출생 과정과 장래의 희망이나 계획, 특정 대학 특정 학과에 응시하는 이유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게 함으로써 그 학생이 그 대학에서 요구하는 자질과 능력을 갖추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자기소개서의 필요성에 비추어 보면 그 전제로서 당연히 자기소개서는 응시생 본인이 스스로 작성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순진하지 않은가 보다. 자기소개서를 대필하는 것을 넘어 모 대학에서는 응시생이 과거 성폭행에 가담한 전력이 있었는데도 인성이 훌륭하고 봉사를 많이 하였다는 교사의 허위추천서를 믿고 합격시킨 사실까지 있었다니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지금 우리는 대학입시제도에서 시험을 통한 모집 이외에 입학사정관제도를 대폭 도입하고 있다. 이렇게 새로 도입되는 제도의 특징을 살펴보면 시험점수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한 선발이 아닌 응시생이 작성해 제출한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 등의 서류심사, 면접이나 인성검사 등 비수치화된 주관적인 자료에 의한 선발을 예정하고 있는데, 이는 선발 주체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 못지않게 응시생 측의 정직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즉, 선발 주체의 구성원 선발에 대한 권위와 선발 대상 측의 제출서류에 대한 진정성을 보장할 경우에만 유지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도 현행 대학선발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선발 주체의 권위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응시생들이 제출하는 서류의 진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물론 그 제도적 장치 이전에 정직이라는 인성을 함양하는 도덕적 노력과 함께 대필한 자기소개서의 범죄성을 자각하는 것도 필요하다 할 것이다.

대학입학과정에서 자신의 경력을 은폐하고 거짓으로 작성하고 심지어 대필까지 하는 행위는 분명한 범죄다.

우선 대학이 응시생에게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전제는 당연히 자기소개서의 정직성과 직접 작성을 예상하는 일이기 때문에 대필한 자기소개서는 결국 위계(僞計)에 해당한다 할 것이다. 이러한 위계에 의하여 국공립대의 신입생 수시모집이라는 공무를 방해하면 형법 제137조에 규정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된다.

대입 부정행위로 간주해 엄벌해야


또 사립대의 신입생 수시모집이라는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형법 제314조 제1항에 규정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허위의 내용을 기재한 추천서를 작성한 교사도 같은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 지성의 전당인 학교에서 입학 때부터 거짓과 은폐가 만연하는 것은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성적만 보지 않고 인성을 두루 살펴서 훌륭한 학생을 뽑겠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다.

현재 대학들은 응시생의 부정행위가 발각되어도 해당 대학, 그것도 당해연도에만 합격을 취소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약하다. 대필한 자기소개서는 대학입시에서의 부정행위와 같은 정도의 심각한 위법성이 있는 범죄라는 것을 자각해 더 가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조용균 변호사
#시론#조용균#자기소개서 대필#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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