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아르예 나이어]시리아 유혈사태와 아랍의 正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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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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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예 나이어 열린사회연구소 소장 휴먼라이츠워치 창설자
아르예 나이어 열린사회연구소 소장 휴먼라이츠워치 창설자
시리아 유혈 사태가 외부 개입 없이 평화롭고 만족스럽게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이제 분명해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리아 국민이 너무 많이 희생됐다. 고문 받고, 다치고, 죽임당한 희생자들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은 이제 어떤 형태로든 알아사드 정권이 유지되는 걸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알아사드 퇴진만으론 폭력 종식안돼

우선 정권의 학살이 급증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희생된 사람보다 10배, 20배 많은 이들을 죽여 반정부 시위를 멈추게 한다는 시나리오다. 지금까지의 폭압 수준으로는 시리아 국민을 정권 앞에 무릎 꿇릴 수 없기 때문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그의 일가와 함께 해외로 도피하는 가능성도 점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알아사드 대통령이 사라진다고 갈등까지 사라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시리아 군부가 너무 많은 피를 손에 묻힌 탓이다. 국민은 희생자들에 대한 책임을 군부에 물을 게 뻔하다. 정의가 불편부당하게 그리고 질서정연하게 구현되는 장치 없이는 알아사드의 퇴진만으로 폭력이 종식될 수 없다.

더 큰 참사를 피할 수만 있다면 외부의 개입도 필요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리비아를 공습했듯 군사 개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폭력이 폭력을 낳는 폭력의 잉태성만 확인될 뿐이다. 아직 아랍 세계는 리비아식 군사 개입에 의문을 던진다.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전쟁의 상흔 때문이다. 군사력을 누가 주도할지도 어려운 문제다. 국제사회의 승인 절차도 복잡하고, 최소한의 인명 손실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합법성을 보장하면서 유혈사태를 최소화할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아랍연맹(AL)이 나서 자체 사법기구를 세우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전쟁범죄 등을 단죄하기 위해 마련한 사법시스템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그 모델이다. 판사, 검사, 조사관, 변호인단을 아랍사회 내에서 구성하고 아랍의 사법 절차에 따라 운용하면 된다. ICC의 사법 체계와 부합되도록 할 수 있다. 현재로선 ICC가 직접 개입하기는 어렵다. 시리아가 비준 협약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시리아 문제를 ICC에서 다루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다.

아랍 내 특별사법기구가 구성되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리아 군부가 시위대에 저지른 행위로 기소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랍연맹은 추가 살상을 막을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사법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뒤에도 추가 범죄가 자행된다면 우선적으로 고발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 된다.

아랍연맹 특별사법기구 구성해야

특별사법기구의 기능은 지난 20년간의 경험에서 증명됐다. 유엔이 1993년 옛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현 국제유고전범재판소)를 세웠을 때 반대파는 재판소가 피고의 출석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재판소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 종식 이후에도 기소된 피고인을 모두 법정에 세웠다.

아랍연맹이나 다른 국제단체가 나서 이런 사법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을 충분조건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더 많은 것이 요구될 것이다. 그러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를 정의의 심판대 위에 세우는 과정에 시동을 거는 이 일은 아랍의 권리적 측면에서 합당하다. 또한 폭력을 폭력으로 갚기에 앞서 가치 있는 시도일 것이다. ⓒProject Syndicate

아르예 나이어 열린사회연구소 소장 휴먼라이츠워치 창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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