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태현]MB가 국빈으로 美에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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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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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국가원수의 국빈방문은 외교, 특히 의전외교의 꽃이다. 양 정상이 함께 주단을 밟으며 의장대를 사열하고 21발의 예포가 울려 퍼진다. 긴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고 수백 명이 참가하는 국빈만찬이 있다. 그를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고 주최국 원수도 바쁜 일정 중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쉽게 자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방문하고 있다. 역대 여섯 번째 국빈방문이며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빈방문 이후 13년 만이다. 또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한다. 역대 다섯 번째이며 역시 13년 만이다. 그처럼 대단한 일이고 소중한 기회다. 그 의미는 무엇이고 그 기회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양국이 큰 정치적 자산을 들여 국빈방문을 기획한 것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양국 간 관계가 돈독함을 내외에 과시하고 자축하는 행사다. 둘째는 방문하는 국가원수의 개인적 업적에 대한 인정과 찬사다. 전자의 의미에서 국빈방문은 한미관계와 다른 양자관계의 비교를 내포한다. 후자는 이 대통령 때의 한미관계와 다른 대통령 때의 한미관계의 비교를 함축한다.

요즈음 한미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돈독하다. 전시작전권 전환과 미군기지 이전 등 한미동맹 현안이 해결됐다.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도발에 물샐틈없는 공조를 과시했다. 특히 2007년 서명 이후 4년을 미뤄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 의회에서 비준된다. 게다가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유독 절친한 모습을 보여 한국의 보수정권과 미국의 진보정권 사이 소위 ‘이념의 엇박자’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을 보면서 한미관계가 다른 양자관계에 비해 가깝다거나 요즘 한미관계가 다른 대통령 때보다 돈독하다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잘못이다. 그 돈독함이 가지는 실질적 의미를 따져 국가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개인으로서 이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원수로서 이 대통령을 평가해야 한다.

첫째, (다른 양자관계에 비해 유독) 돈독한 한미관계를 강조하다가 다른 나라의 의구심 내지 질시를 사 큰 그림에서 외교적 이득을 반감시킬 우려가 있다. 한미 양국의 돈독한 관계가 다른 양자관계를 상대적으로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국제사회 전체에 이득이 된다는 점에 초점을 두고 강조해야 한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 때 훼손된 한미관계를 복원 내지 증진시켰다고 자랑하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국내적 논란과 분열을 초래하면 하나의 일체로서 대한민국의 행사인 외교의 의미가 퇴색한다. 노 대통령 당시 한미관계가 어려웠다면 그만큼 양국 사이에 풀어야 할 현안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 현안을 부각시킴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면 그것도 치적이다. 역대 국가원수의 치적은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

셋째, 미국이 한국의 상승된 지위를 인정해 국빈방문을 기획했다면 그 지위에 걸맞도록 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좋은 예가 최근 주한미군의 성희롱사건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이다. 한국의 지위가 그와 같다면 독일이나 일본 수준으로 개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미 동맹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현안은 북한의 핵 개발과 군사적 도발이다. 현실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외교적 자산을 가진 나라는 결국 미국이다. 그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 현안을 해결할지 깊이 논의하고 협력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국빈방문이 하나의 의전행사에 그친다면 그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국가대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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